직원 400명 '과학 무시' 집단 반발...연구개발국 절반 해고 계획도 추진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신임 환경보호국 국장 리 젤딘은 기존의 '인간 건강과 환경 보호'라는 단일 임무에 에너지 주도권 확보, 인허가 절차 간소화, 미국의 세계 인공지능 중심지화, 자동차 관련 일자리 회복 등 4가지 새로운 목표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젤딘 국장은 인터뷰에서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트럼프 환경보호국에서는 둘 다 선택해야 하며, 우리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알래스카 프루도만을 방문해 아시아로 액체천연가스를 수출하는 440억 달러(약 59조, 5600억 원) 규모의 사업에 지지를 표명했다.
◇ 환경보호국 임무 확장과 규제 완화 추진
환경보호국 내부에서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저항이 거세다. 약 400명의 환경보호국 직원들이 젤딘에게 보낸 공개서한에 서명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 오염 업체들의 이익을 위해 과학을 무시하고 있다고 내세웠다. 환경보호국 환경 보호 전문가 아멜리아 허츠버그는 젤딘이 "인간 건강과 환경보다 산업계의 요구에 집중함으로써 환경보호국의 임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나무랐다. 허츠버그는 지난 2월 행정 휴직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원 과학위원회 민주당 참모들이 검토하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환경보호국은 올해 초 관리예산국에 연구개발국을 없애고 직원의 최소 절반을 내보내는 계획을 제출했다. 환경보호국 산하 연구개발국 과학자들의 예산, 인력, 계약 크기도 줄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 젤딘의 과거 환경 보호 활동과 현재 정책 간 차이
45세의 젤딘은 뉴욕 교외 롱아일랜드 지역구를 대표하는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8년간 일한 후 환경보호국에 합류했다. 2022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뉴욕 주지사 선거에 나섰지만, 민주당 후보 캐시 호출에게 53대 47로 졌다.
그의 현재 우선순위는 이전에 그와 함께 환경 캠페인을 했던 일부 사람들에게 어리둥절함을 안겨주고 있다. 젤딘은 의회에서 기후 변화 연구를 지지했고,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동부 해안을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에 열자고 제안했을 당시 롱아일랜드 남부 해안에서의 석유 및 천연가스 시추를 반대했다.
시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인 에이드리엔 에스포지토는 "옛날 리 젤딘과 지금의 리 젤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그녀는 젤딘과 두 마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며, 그와 함께 시추를 막기 위해 싸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보호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과불화화합물 규제를 일부 뒤바꿨다고 나무랐다. 환경보호국은 식수에서 흔히 검출되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는 두 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는 유지하지만, 나머지 네 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는 없앨 예정이다. 환경보호국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가 규정 제정 절차에서 한 단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롱아일랜드의 공화당원인 로널드 마츠는 젤딘이 의회에 재직하는 동안 연방 기금 500만 달러(약 67억 원)를 확보하여 과불화화합물로 오염된 우물이 있는 약 65가구를 공공 수도 기관에 연결한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츠는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