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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그리스 신생 선사도 K조선 선택…韓 조선, '큰손' 그리스서 62%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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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그리스 신생 선사도 K조선 선택…韓 조선, '큰손' 그리스서 62% 수주

올해 그리스 발주 싹쓸이…기술력·규제 대응서 中 압도
베너지 마리타임, 첫 신조 발주…친환경 MR 탱커 2척 2027년 인도
V 그룹의 바이런 바실리아디스 회장(왼쪽)과 국제해사기구(IMO) 법률 및 대외 관계 부문 책임자인 도로타 로스트-시에민스카. K조선이 그리스 신생 선사 '베너지 마리타임'으로부터 5만 DWT급 친환경 MR 탱커를 수주했다. 이번 계약은 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그리스 발주 물량의 62%를 차지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는 가운데 성사됐다. 사진=V 그룹이미지 확대보기
V 그룹의 바이런 바실리아디스 회장(왼쪽)과 국제해사기구(IMO) 법률 및 대외 관계 부문 책임자인 도로타 로스트-시에민스카. K조선이 그리스 신생 선사 '베너지 마리타임'으로부터 5만 DWT급 친환경 MR 탱커를 수주했다. 이번 계약은 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그리스 발주 물량의 62%를 차지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는 가운데 성사됐다. 사진=V 그룹
K조선(구 STX조선해양)이 그리스 신생 유조선사 베너지 마리타임의 MR(중형) 탱커 2척을 수주했다. 세계 선박 발주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 조선업계가 '큰손' 그리스 선주들의 선택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약이다.

1일(현지시각) 리비에라의 보도에 따르면 베너지 마리타임은 K조선과 5만 DWT급 친환경 MR 탱커 2척 건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선박들은 2027년 1분기에 인도돼 시장에 투입된다. 선박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박중개업체 엑스클루시브 십브로커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한국 조선소의 MR 탱커 건조 비용을 한 척에 5000만 달러(약 679억 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K조선은 이번 계약을 따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지난 4월에는 K조선 관계자들이 직접 그리스를 찾아 현지 선주들과 협력 기회를 찾았고, 올해 초에도 다른 그리스 선사 두 곳과 MR 탱커 건조 계약을 맺었다.

 한국 vs 중국 조선소: 그리스 선주 발주 선택 배경.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vs 중국 조선소: 그리스 선주 발주 선택 배경.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기술력' 앞세운 K-조선업계…그리스서 中 제치고 독주

이번 계약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향한 그리스 선주들의 굳건한 신뢰가 한국 조선업계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올해 그리스 선주들이 발주한 새 선박의 62%(21척)를 한국 조선소가 수주했다. 경쟁국 중국의 수주량(12척)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의 중국산 선박 규제 가능성과 강화되는 세계 환경 규제 앞에서, 고품질·친환경 선박을 확보하려는 선주들이 한국을 택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대규모 계약을 맺은 캐피털 그룹, HD현대를 택한 에발렌드 쉬핑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 신조 시장의 위축 속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그리스 선주들의 총 발주량은 65척으로 지난해 112척보다 줄었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15.8%로 상승했다. 무작정 발주량을 늘리기보다, 기술력과 규제 대응력이 뛰어난 한국 조선소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엿보인다. 물론, 조지 프로코피우의 다이나콤 탱커스나 폴렘브로스 쉬핑처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를 택하는 선주들도 있다.

◇ 첫 신조 발주 나선 신생 선사 '베너지'는 어떤 곳?


이번에 K조선과 손잡은 베너지 마리타임은 2021년 설립된 신생 선사로, 이번 계약이 첫 신조선 발주다. 최근 2018년 건조된 중고 MR 탱커 두 척을 7500만 달러(약 1019억 원)에 사들인 데 이어, 이번 신조 계약으로 모두 4척의 최신형 탱커 선대를 운용하게 됐다. 회사를 이끄는 바이런 바실리아디스 회장은 성명에서 “현재와 미래에 바다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베너지는 바실리아디스 그룹(V Group)의 해운 계열사로, 모기업은 항만 폐기물 처리, 대체 연료,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집트 수에즈 운하 관리청과 합작법인을 세워 운하를 지나는 선박의 폐기물을 수거하는 환경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