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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층 "돈보다 건강이 성공"...돈은 5위로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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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층 "돈보다 건강이 성공"...돈은 5위로 밀려나

18~34세 조사서 신체·정신건강 1순위 차지...코로나19가 가치관 바꿔
미국의 젊은층 사이에 돈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젊은층 사이에 돈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성공의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화려한 직함과 높은 연봉보다 건강과 가족 관계를 더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악시오스가 지난달 28(현지시각)과 지난 1일 각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8세에서 34세 사이 미국 성인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이전 세대와 뚜렷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 건강이 부를 제치고 성공 지표 1위로


언스트앤영이 18세에서 34세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신체와 정신 건강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혔다. 부는 5위에 그쳤다.

성공 지표 순위는 ▲신체와 정신 건강 ▲가족과 자녀와의 강한 관계 ▲인간으로서의 성장 ▲배우자와의 강한 관계 ▲돈 버는 것 순으로 나타났다.

언스트앤영의 글로벌 문화 인사이트 매니징 디렉터 마시 메리먼은 "이는 세대 교체를 뜻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을 묻는 질문에도 젊은층들은 '일을 즐기는 것'1순위로, '직업의 안정성'2순위로, ''3순위로 꼽았다.

온라인 자동차 쇼핑 사이트 바이저를 공동 설립한 27세 콜 스미스는 "40세나 50세가 되면 직장 외에는 아무 관심사도 없을까 봐 걱정됐다"라며 "성공은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일주일에 80시간을 일하더라도 데이터 분석 분야 정상에 오르길 열망했던 그는 현재 달리기와 약혼녀와의 시간을 더 중시한다고 밝혔다.

◇ 코로나19와 소셜미디어가 가치관 변화 이끌어


전 세계 세대 이동과 지역 간 협업을 연구하는 35세 자크 디치트왈드는 "코로나19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성인들에게 건강이 덧없다는 것을 일깨워줬다"라며 "대대적인 재택근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적은 다른 선택지와 성공 기준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이 세대 미국 성인들은 부모와 조부모가 나이가 들고 종종 부실한 식단과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된 만성 질환을 다루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디치트왈드는 "건강은 그 자체로 성공"이라면서도 "법률 회사와 투자 은행의 최고위직에 오르고 싶어하고 그것을 성공으로 보는 또래들이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주목된다. 젊은층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와 함께 성장하면서 이전 세대보다 다양한 정보와 라이프스타일에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피드를 스크롤하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40대가 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미리 볼 수 있게 됐다.

디치트왈드는 "소셜미디어가 베이비붐 세대가 커리어를 마칠 때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배운 삶의 교훈을 전달해 줬다"고 설명했다.

'조용한 성공' 추구하는 사례들 늘어


실제로 고소득 직업을 그만두고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던 40세 나탈리 아르멘다리즈는 20대 초반 마취과 의사와 같은 고임금 직업을 알아보다가 크리에이티브 분야 열망을 좇아 광고 대행사에서 인턴십을 했다. 그녀와 현재 남편은 뉴욕으로 이주해 한 에이전시에서 다른 에이전시로 옮기며 승진했다. 근무 시간 연장과 급여 인상이 각각 뒤따랐고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고객들도 맡았다.

하지만 그 성취는 공허하게 느껴졌다. 아르멘다리즈는 "아무것도 즐길 시간이 없었다. , , 일이었다"라며 결국 텍사스로 돌아가 19명 규모의 소규모 펀 사이즈(Funsize)라는 디지털 디자인 에이전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현재 6살짜리 아이를 키우며 재정비하고 재설정하기 위해 분기마다 일주일 동안 에이전시를 닫는다.

아르멘다리즈는 "성공은 조용하다. 화려한 직함이나 연봉이 아니다"라며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가족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45세 레이첼 벡은 결혼을 하고 작은 고향인 인디애나주 뒤부아(인구 400)를 떠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20대에 뉴욕시로 이사해 공립학교에서 교육자와 상담사로 일했다. 결혼 생활이 끝나고 맨해튼에 아파트를 샀고 마라톤을 하며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닥쳤고 친구들은 이사를 했으며 그녀의 직위는 없어졌다. 부상으로 마라톤은 그만뒀다. 부모님의 건강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자 부모님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벡은 "성공에 대한 나의 정의는 서서히 바뀌었다"라며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것과 같은 전통 적인 이정표를 충족시키는 것보다는 더 개인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리조트에서 블랙잭을 거래하고 지역 증류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행복한 독신 여성들을 위해 '더 페이스티 히로인'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아빠를 위한 개인 커뮤니티 대드굿의 공동 창립자인 37세 워렌 데바렌스는 자녀가 성인이 돼 당신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할 때 성공한다고 말한 CEO의 온라인 인터뷰를 본 것을 기억한다. 높은 매출과 수익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기대했던 그는 오히려 다른 메시지를 들었다.

데바렌스는 "신체와 정신 건강, 배우자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개인 성장, () 5가지 성공 기준 가운데 신체와 정신 건강이 첫 번째"이며 "배우자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개인 성장이 그 뒤를, 부는 마지막에 오지만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 전쟁부터 국내 정치 양극화 심화까지 세계의 혼란이 개인 생활에서 안정과 평화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킨 결과로 해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