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에 7년새 미국의 중국 투자 30%→5%로 폭락
"딥시크·알리바바, 17배 저렴한 모델로 글로벌 기업 공략"
"딥시크·알리바바, 17배 저렴한 모델로 글로벌 기업 공략"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AI 칩 판매를 중단했을 때, 연구기관 제프리스는 이 조치로 엔비디아가 100억 달러(약 14조80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일(현지시각) "중국 AI 기업들이 전 세계 여러 분야에서 받아들여지는 저렴한 대안을 내놓으며 미국의 지배력에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투자와 기술 차단에도 불구하고 중국 AI 기업들이 독자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 다국적 기업들, 중국 AI 모델 잇따라 받아들여
중국 AI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픈AI는 6월 25일 공개 게시물에서 중국 AI 신생기업 지푸AI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AI 인프라 구축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지푸의 목표가 '미국이나 유럽 경쟁사보다 먼저 중국 방식과 표준을 신흥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AI 신생 기업 딥시크(DeepSeek)와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가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이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채팃GPT의 대안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WSJ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가 딥시크 모델을 내부에서 시험하기 시작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도 최근 자사 주 자료센터에 딥시크를 설치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딥시크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백악관이 자료 보안 우려로 일부 정부 기기에서 딥시크 앱 사용을 금지했는데도 말이다.
키프로스에 본사를 둔 플랫폼 레이트노드(Latenode)의 공동 창립자 올레그 잔코프는 "딥시크는 전반적으로 품질은 같지만, 가격이 17배 저렴하다"며 "현재 전 세계 사용자 5명 중 1명이 딥시크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칠레와 브라질처럼 자금과 컴퓨팅 능력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 고객에게 특히 매력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랜드대학 연구 관리자들은 딥시크를 시범 보조금 신청서 작성 사업에 선택했다. 대학의 e-연구 책임자인 타리크 수르티는 "딥시크가 공개형이고 오프라인에서도 쓸 수 있어 대학의 자료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픈AI(OpenAI)의 채팃GPT는 전 세계적으로 9억 1천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해 여전히 세계 최대 AI 소비자용 채팅봇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딥시크의 1억 2천 5백만 건보다 많은 수치다.
◇ 공개형 모델로 시장 확산 가속
중국 AI 기업들의 핵심 방법은 공개형 모델 제공이다. 텐센트와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주요 AI 기업들이 자사 AI 모델을 공개형으로 내놓아 사용자들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고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개발자들이 자사의 대표 공개형 AI 모델인 Qwen을 바탕으로 10만 개 이상의 갈래 모델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도쿄 AI 신생 기업 아베자는 작년 가을 일본 경제산업성을 위해 맞춤 모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구글과 메타의 비슷한 제품 대신 Qwen을 선택했다.
이에 반해 미국 AI 기업들은 인공 초지능 구축 경쟁에서 획기적인 발견을 추구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원들이 6월 초 발표한 핵심 기술의 세계 경쟁력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AI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인 자료와 인적 자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러한 강점이 중국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돕고 있다.
분석가들은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미국 경쟁사들이 모델 비공개 유지와 서비스 프리미엄 유지를 정당화하도록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브래드 스미스는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과 중국 중 누가 이 경쟁에서 승리할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구의 기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먼저 그 기술을 확보하든, 그 기술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5월에 "우리는 민주주의 AI가 권위주의 AI보다 승리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딥시크의 공개형 버전은 검열되지 않지만, 앱의 소비자 버전은 신장과 티베트의 민족 동화 캠페인과 같이 공산당이 민감하다고 여기는 주제에 대한 검열된 답변을 내놓는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AI 정책 연구원인 리트윅 굽타는 "그들이 지구 생태계에 의존한다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중국은 하려는 대로 할 것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감시나 군사 목적으로 최첨단 기술을 추구하는 것을 우려한 워싱턴은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의 컴퓨터 칩, 기술, 자금에 접근하는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은 미국 의존도를 최소화하며 AI 공급망 구축에 자금을 쏟고 있다. 최근 미국 의원들은 연방 기관이 중국에서 개발된 AI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초당파 법안을 발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경쟁이 세계를 기술 냉전으로 이끌고 있으며, 각국이 미국이나 중국의 AI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