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미세먼지 없는 도심의 대안... LNG, 경유 트럭 대체하며 대기 질 개선
탄소 배출 한계 뚜렷한 '과도기 연료'… 전기·수소차 시대의 징검다리 역할
탄소 배출 한계 뚜렷한 '과도기 연료'… 전기·수소차 시대의 징검다리 역할

이들 연료는 단기적으로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데 뚜렷한 효과를 낸다. 하지만 장기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국·홍콩은 LPG 택시, 호주·태국도 동참
LPG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러 나라에서 이미 검증된 대체 연료다. 세계에서 LPG는 네 번째로 인기 있는 자동차 연료로, 약 2780만 대(전체 자동차의 약 2%)의 차량이 LPG를 쓴다.
일본 역시 구형 택시 대부분이 LPG로 운행하며, 호주에서는 택시의 약 50%가 LPG를 쓴다. 태국도 충전 기반 시설 확충에 힘입어 100만 대 이상의 LPG 차량을 보유하며 시장을 키워왔다. 반면 중국에서 LPG는 자동차 연료보다 도시가스나 석유화학 원료로 주로 쓰이며 차량용 보급은 제한적이다.
◇ 대륙의 선택 'LNG 트럭'... 中, 시장 성장 주도
LNG는 일반 승용차보다 주로 대형 화물 운송 분야에서 경유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 성장을 이끄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경유 소비와 대기오염을 줄이고자 LNG 트럭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LNG 트럭 보유량은 2019년 이후 세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2025년에는 1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2024년 상반기에만 중국에서 팔린 대형 트럭의 35%가 LNG를 포함한 가스 연료 트럭이었으며, 이는 배터리 전기 트럭(약 9%)의 점유율을 크게 웃돈다. 이 기간에 팔린 LNG 트럭은 10만 8862대로, 2023년 같은 기간에 견줘 두 배 넘게 늘었다.
LNG 가격이 경유보다 20~30%가량 저렴해진 경제성에 정부 보조금, '국가 6단계 배출 표준(China VI)' 같은 강력한 환경 규제가 맞물린 덕분이다. 관련 충전 기반 시설 역시 가스전이 있는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 등에서 LNG는 육상 트럭보다 선박 연료(벙커링)와 발전용으로 주로 쓰는 추세다.

◇ '가격'이냐 '기반 시설'이냐… 성패 가르는 경제성
LPG와 LNG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LPG는 낮은 세율 덕분에 휘발유나 경유보다 저렴해 주행 거리가 긴 운전자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연료비가 휘발유 가격의 60% 아래일 때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LNG 트럭은 에너지 단위당 가격이 경유보다 20% 이상 저렴할 때 경제성이 생긴다. 실제로 2023-24년 국제 가스 가격이 내리자 중국과 인도에서 LNG 트럭 운전자들은 1~2년 안에 높은 차량 구매 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다.
다만 연료 가격의 변동성은 위험 요인이다. 2024년 후반 중국에서 LNG 가격이 오르자 20개월간 이어지던 LNG 트럭 판매 성장세가 꺾이기도 했다.
튼튼한 충전 기반 시설 역시 꼭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 태국은 촘촘한 LPG 충전소 망을 구축해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 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LNG 충전소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한국의 터보 LPG 직분사(T-LPDi) 엔진 같은 신기술의 등장은 연료 효율과 성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 '깨끗한 화석연료'의 명암… 탄소중립의 최종 해법은 아냐
LPG와 LNG는 휘발유나 경유보다 깨끗이 타서 도시 대기 질 개선에 즉각적인 효과를 낸다. LPG는 연소할 때 납 성분이 없고,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적다. 특히 인체에 해로운 초미세먼지(PM 2.5) 배출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서울과 홍콩 같은 대도시들은 택시와 버스를 LPG로 바꿔 대기 질 개선 효과를 봤다.
LNG 역시 미세먼지 배출량이 매우 적으며 경유보다 질소산화물을 적게 내보낸다.
하지만 두 연료 모두 화석 연료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조금 줄일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LPG를 쓰면 휘발유를 쓸 때에 견줘 CO₂ 배출량을 약 13~15% 줄이고, NOx는 50% 넘게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LNG는 경유에 견줘 CO₂를 10~20%가량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블랙카본(검댕) 배출이 거의 없다. 그러나 LNG의 주성분인 메탄이 연소 과정에서 일부 새어 나오는 '메탄 슬립' 현상은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는 문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생산부터 수송, 연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메탄 관리가 꼭 필요하다.
LPG와 LNG는 2050년 탄소중립 같은 장기 목표를 위한 최종 해법이 아닌 '과도기 연료(징검다리 해법)'로 평가된다. 아시아 지역에서 석탄 발전을 대신하고 상용차의 경유 사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대안이지만,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의 흐름도 이를 증명한다. 한국에서는 2023년 처음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등록 대수(210만 대 이상)가 LPG차(183만 대)를 넘어섰다. 장기적으로 시장이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무공해 기술로 나아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요즘은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바이오LPG, e-메탄 등 차세대 저탄소 가스연료 연구도 한창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