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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AI 법, 시간표대로 간다"... 빅테크 "지침도 없이 강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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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AI 법, 시간표대로 간다"... 빅테크 "지침도 없이 강행하나"

구글·메타 등 100여 기업, '2년 유예' 공동 서한…'규제 불확실성' 호소
EU "지원 창구 마련하겠지만 일정 변경은 없다"... 내달부터 범용AI 의무 적용
2025년 2월 5일 영국 런던 올림피아에서 열린 'AI & 빅데이터 엑스포 2025' 행사장에 전시된 유럽연합 인공지능법(AI Act) 사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2월 5일 영국 런던 올림피아에서 열린 'AI & 빅데이터 엑스포 2025' 행사장에 전시된 유럽연합 인공지능법(AI Act) 사본.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구글, 메타 등 100여 개 세계 기술 기업의 강력한 반발에도 획기적인 인공지능 법(AI Act)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로이터통신, 테크 크런치 등 외신들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EU는 법안 시행을 2년간 미뤄달라는 업계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EU 집행위원회의 토마스 레그니어 대변인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유예 기간도, 일시 중지도 없다. 법적 마감 시한은 이미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알파벳, 메타와 같은 세계적인 거대 기술 기업과 에어버스, 메르세데스-벤츠를 포함한 유럽의 45~50여 개 대기업은 AI Act가 유럽의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며 시행을 2년간 미뤄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서한의 핵심은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이들은 "EU 안의 중복되고 복잡한 규제가 유럽의 AI 선도 기업 발전과 산업 전반의 AI 도입을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하며, 실무 지침인 '코드 오브 프랙티스(Code of Practice)' 발표가 연기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규제의 질이 속도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실질적인 지침과 표준이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수용 불가'부터 '고위험'까지… 위험 따라 4단계 규제

논란의 중심인 AI Act는 인공지능 기술을 위험도에 따라 다르게 규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인지 행동 조작이나 사회적 점수제 등은 '수용 불가능한 위험'으로 분류돼 전면 금지된다. 생체 인식 기술, 교육·고용 분야에 쓰이는 AI는 '고위험'으로 지정돼 개발자가 시스템을 등록하고 엄격한 위험 및 품질 관리 의무를 지켜야 EU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범용 AI(GPAI) 모델이나 챗봇 같은 기술은 '제한된 위험'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가벼운 투명성 의무만 지킨다.

2024년 8월 1일 발효된 AI Act는 의무 조항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금지 조항 등 일부는 2025년 2월 2일부터 이미 적용하고 있다. 핵심 규정인 범용 AI 모델 의무는 2025년 8월 2일부터, 고위험 AI 시스템 의무는 2026년 8월 2일부터 시행한다. 일부 제품과 연계된 고위험 AI 시스템의 적용은 2027년 8월까지 미룬다.

◇ EU '규제 불확실성 해소'... 지원책 마련 부심

다만 EU는 업계의 우려를 의식해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법률로 정한 일정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거듭 확인하면서도, '디지털 규제 단순화 종합 대책' 준비, 'AI Act 지원 창구' 개설, 연내 실무 지침 제공 등을 약속하며 불확실성 해소를 돕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갈등을 AI 법안에 국한된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EU 집행위원회는 미국, 중국과 경쟁에서 유럽 산업이 뒤처진다는 우려 속에, 탄소 배출량 보고에서 데이터 보호에 이르는 여러 법안을 간소화하고 완화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