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교훈 삼아 "전면전 피하고, 장기전 대비"
'쌍순환'·'다자외교'로 미국 압박, 일대일로 상환 부담 완화로 채무국 비판 대응
'쌍순환'·'다자외교'로 미국 압박, 일대일로 상환 부담 완화로 채무국 비판 대응

◇ "소련 붕괴는 이념·통제력 상실 탓"...시진핑, 2013년 당 간부 연설서 강조
시진핑 주석은 2013년 1월 당 고위 간부 비공개 연설에서 "왜 소련이 해체되고 공산당이 무너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념 영역에서의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소련 공산당이 이상과 신념을 포기했기 때문에 무너졌다"고 강조하며, 당의 통제력 약화가 국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절대적 권력 유지와 이념 강화로 이어졌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소련 모델을 정치, 경제, 군사 분야에 도입했으나, 소련 붕괴 이후에는 반면교사로 삼아 당의 통제력과 체제 결속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시 주석은 집권 직후 고르바초프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당 간부들에게 시청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 경제·외교·군사 3대 축...쌍순환·다자외교·절제된 군비증강
우선 경제다. 소련이 중공업과 군수산업에만 집중해 몰락한 점을 반면교사 삼아,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내 생산과 소비, 수출을 동시에 강화해 미국의 기술·무역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중국의 공식 국방비는 해마다 7.2%씩 늘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6% 수준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 외부 분석에 따르면 실제 군사비는 공식 발표의 2~3배에 이르는 2964억~3000억 달러(약 367조~409조 원)로 추정된다
다음은 외교다. 소련식 고립을 피하기 위해 '다자외교'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미국 중심의 동맹체계를 약화시키고, 각국이 중국과 미국 등 여러 강대국과 동시에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도 기존의 '채무함정'(부채의 덫) 비판을 의식해, 수혜국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 '채무함정' 비판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 과도한 빚을 지게 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말한다. 최근 중국은 상환 조건을 완화하거나, 부채 재조정에 나서는 등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끝으로 군사부분이다.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첨단 무기와 해군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600기, 2030년에는 1000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국방비를 2490억 달러(약 340조 원)로 발표했으나, 실제 집행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이 있다.
◇ 미·중 무역전쟁·코로나19 이후 전략 전환..."장기전, 인내와 자원 보존이 관건"
시진핑 주석의 전략 전환점은 2018~2019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과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미·중 간 경제·외교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자,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전 대신 '전략적 교착점' 유지에 무게를 뒀다.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민신 페이 교수는 "중국이 당장 승리하는 것보다, 미국의 압박을 견디며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선호되는 결과"라며 "이 과정에서 인내와 자원 보존, 그리고 전술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맞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도 병행하며 시간을 벌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혼란과 정책 변화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장기 경쟁 구도를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 당 통제 강화와 경제 부작용..."장기전 부작용 감수"
시진핑 주석은 당의 통제력 강화를 위해 사상, 이념, 사회 전반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민간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모든 것을 생산한다'는 정책은 디플레이션 심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장기전에서 미국을 지치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단기적 경제 고통은 감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지타운대 에반 메데이로스 교수는 "중국의 경제와 외교 정책은 모두 미국과의 장기 경쟁에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기술 우위 확보와 국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인내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처럼 시진핑 주석의 미·중 신냉전 전략은 소련 붕괴의 교훈을 바탕으로, 경제, 외교, 군사 각 분야에서 장기 교착 구도를 유지하며 미국과의 전면 충돌을 피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