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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애브비박스, 신약 성공에 기업가치 12배 급증…헤지펀드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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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애브비박스, 신약 성공에 기업가치 12배 급증…헤지펀드 '잭팟'

시장은 '실패' 예측했지만…자체 동물실험 ADAR1, 18% 고수익
약가 인하에 침체됐던 바이오 펀드, 연이은 호재에 '훈풍'
애브비박스는 지난 2015년 유럽 증시 상장에 이어 지난 2023년 미국 나스닥에 입성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브비박스는 지난 2015년 유럽 증시 상장에 이어 지난 2023년 미국 나스닥에 입성했다. 사진=로이터
무명의 프랑스 제약사 애브비박스(티커: ABVX)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며 주가가 하루 만에 6배 가까이 폭등, 올해 투자 부진에 시달리던 일부 헤지펀드에 '잭팟'을 안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여름 초만 해도 애브비박스의 시가총액은 5억 달러(약 690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파리에 본사를 둔 이 회사가 염증성 장 질환(IBD)의 일종인 중등도에서 중증 궤양성 대장염 경구용 치료제 '오베파지모드'의 후기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자 미국 상장 주가는 하루 만에 580% 이상 폭등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60억 달러(약 8조 3500억 원)를 웃돈다.

이러한 주가 급등은 소수의 헬스케어 전문 헤지펀드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애브비박스의 주요 주주인 ADAR1 캐피털 매니지먼트와 보스턴 기반의 딥트랙 캐피털은 7월 한 달 동안 각각 18%, 8%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 내내 적자에 시달렸던 ADAR1은 이번 성공으로 7월까지 연초 대비 누적 수익률을 16% 가까이 끌어올렸고, 딥트랙 역시 플러스(+)로 돌아섰는데, 이는 같은 기간 S&P 500 지수의 총수익률 8.6%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애브비박스의 필리프 풀레티 창업자가 2013년 설립한 애브비박스는 2015년 유럽 증시에 상장한 뒤 2023년 미국 나스닥에 입성했다. 핵심 신약 후보물질인 '오베파지모드'를 본래 HIV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궤양성 대장염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 주사제 대비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한동안 월가의 관심 밖이었고 시장은 이번 임상 결과 발표 전 성공 확률을 16% 정도로 낮게 봤다.
◇ 시장 예측 뒤집은 '정밀' 리서치

하지만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ADAR1(2019년 설립, 운용자산 약 8억 5000만 달러)의 생각은 달랐다. RNA 편집 효소에서 이름을 따온 이들은 약물 작용 방식에 대한 자체 가설을 세우고 직접 쥐 실험까지 진행하며 성공 가능성을 50~60%로 높여 잡았다. ADAR1은 임상 결과 발표 몇 주 전인 지난 6월 28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예측이 맞으면 주가가 최대 500% 급등하고, 틀리면 90% 폭락할 수 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과감하게 공유했다.

ADAR1의 다니엘 슈니베르거 창립자는 당시 서한에서 "결과가 나온 뒤에 승리를 자축하는 것은 값싼 행동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3상 임상 데이터에서 오베파지모드는 중등도에서 중증의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임이 증명됐다.

애브비박스의 성공은 최근까지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바이오테크 헤지펀드 업계에 중요한 활력소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보건복지부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 취임 이후 FDA 기조가 바뀌면서 신약 개발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리서치 회사 피보탈패스에 따르면 헬스케어 헤지펀드 지수는 2025년 상반기에 5% 손실을 기록해, 4% 오른 전체 헤지펀드 지수와 대조를 이뤘다.

◇ M&A·임상 성공 잇따라…'해빙기' 맞은 바이오 투자

바이오 섹터는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분야로, 몇 번의 대형 임상 성공이 펀드 전체의 성과를 좌우하는 '붐 앤 버스트(Boom-and-Bust)' 특성이 뚜렷하다. 최근 성공 사례가 이어지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유방암 치료제 후기 임상 성공 소식을 전한 셀큐이티의 주가는 167% 급등했고, 주요 주주인 베이커 브라더스 어드바이저스와 솔레우스 캐피털은 7월에만 약 11%의 수익을 올렸다.

또한 지난 7월 9일에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호흡기 질환 전문 제약사 베로나 파마를 전날 종가에 23%의 프리미엄을 붙인 100억 달러(약 13조 917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베로나 파마와 애브비박스를 모두 주요 종목으로 보유하고 있던 행동주의 성향의 헤지펀드 캘리건 파트너스는 7월에만 14%의 수익률을 추가해,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을 38%까지 높였다.

헤지펀드 공시 자료를 분석하는 올드웰랩스는 7월 한 달 동안 헤지펀드들이 애브비박스 투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최소 14억 달러(약 1조 9480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 기관이 집계한 7월 성과 상위 10개 펀드 중 5곳이 애브비박스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한 기업의 임상 성공이 부진에 빠졌던 여러 전문 펀드의 손실을 단번에 만회하고 연간 성과를 극적으로 개선시킨 것이다. 이번 사례는 2025년 하반기 바이오 투자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되며, 시장과 다른 독자적 분석에 기반한 과감한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