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포스코 등 대기업 진출 가속화…교민 1000명 시대 눈앞
한식당·카페·민박집 속속 등장…인도 속 '작은 한국'으로 자리매김
한식당·카페·민박집 속속 등장…인도 속 '작은 한국'으로 자리매김

보도에 따르면 한식당과 카페, 한국식 숙박시설을 비롯해 식료품점까지 속속 들어서면서 푸네 외곽 산업단지는 이제 한국과 인도를 잇는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올랐다.
푸네 외곽의 탈레가온-차칸 산업 벨트는 인도 최대 자동차·제조업 중심지다. 최근 몇 년 새 이곳은 한국 교민 사회의 활기 넘치는 터전으로 거듭났다. 인근 란잔가온의 LG 공장을 포함해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둥지를 틀면서 엔지니어와 주재원 유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지역에 사는 한국인은 1000명을 웃돈다. 해마다 그 수가 늘면서 자연스레 숙소, 음식, 생필품 수요도 커졌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 식료품점, 민박집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 푸네의 산업 벨트는 단순한 공장 지대를 넘어 한국의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는 '작은 한국'으로 자리 잡았다.
탈레가온 공단 인근의 '소문난 호텔'은 한국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다. 2018년 문을 연 이곳은 한국인 부부 조한직·이춘자 씨가 운영한다. 과거 첸나이의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했던 조 씨는 푸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는 "낯선 땅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편안한 잠자리와 집밥 같은 음식"이라며 "한국식 객실 50여 개를 갖추고 동포들을 위한 한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씩 머무는 주재원들에게 이곳은 안식처나 다름없다.
조 씨 부부의 인도 생활은 관광객으로 시작됐지만, 인도의 문화와 사람들에게 매료돼 정착을 결심했다. 그는 "이제는 한국 교민 사회에 기여하는 동시에 인도 현지인들과 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음식은 문화를 잇는 가장 친숙한 매개체다. 호텔과 숙박시설뿐 아니라 한식당과 카페도 푸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파샨 지역의 '카페 안녕'은 한국인 배대국 씨와 인도인 아내 마유리 발레라오 박사가 함께 운영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본래 승려가 되기 위해 푸네 대학교에서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던 배 씨는 아내를 만나 2022년 결혼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알리면서 인도와 소통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2024년 카페를 열었다"고 밝혔다. 카페 이름 '안녕'은 인도의 인사말 '나마스테'와 같은 뜻을 담았다.
아내 마유리 박사는 "오후에는 한국인 손님이, 저녁에는 한식을 맛보려는 인도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다"며 "특히 우리가 직접 개발한 한국식 커피는 양국 손님 모두에게 최고의 인기 메뉴"라고 말했다. 배 씨에게 카페는 음식을 파는 곳을 넘어, 문화 교류와 우정을 나누는 사랑방이다.
지난해 문을 연 '에덴 식당'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엔지니어인 남편과 함께 식당을 연 김순심 씨는 한국에서 직접 요리사들을 초빙했다. 그는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동포들을 위해 전통 바비큐부터 김치, 국물 요리까지 한국에서 만들던 방식 그대로 선보인다"며 "한국인 손님은 물론 한식을 맛보려는 인도 현지인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이제는 제2의 고향"…교민들의 높은 만족도
이처럼 한국인이 운영하는 상점들은 푸네에 사는 한국인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차칸의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는 박민호 엔지니어는 "이제는 퇴근 후 동료들과 편하게 한식을 즐길 수 있어 향수병을 느낄 틈이 없다"며 "끈끈한 공동체가 생겨난 덕분에 푸네는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탈레가온의 한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이수진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한국 식료품점과 카페가 생긴 뒤로 생활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주말마다 친구들과 카페에 들르며 한국에 사는 듯한 유대감을 느낀다. 푸네가 이제는 우리를 환영하는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마하라슈트라 산업개발공사(MIDC)에 따르면 현재 인도에는 603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했으며, 이 가운데 79곳이 푸네를 포함한 마하라슈트라주에 자리 잡고 있다. 푸네의 '리틀 코리아'는 단순히 교민들의 생활 편의를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에 다채로운 문화를 더하며 국제 산업 도시로서 푸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한, 한국인과 인도 현지인 사이의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를 이끌며 공동체 융합의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푸네가 인도의 핵심 산업 중심지로 계속 성장하는 한, 이곳의 '리틀 코리아' 역시 더욱 활기차게 뻗어나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