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등 여러 기업 '탈중국' 가속화에…中, 기술인력 통제로 맞대응
애플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차질 우려…기술 민족주의, 세계 혁신에 그림자
애플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차질 우려…기술 민족주의, 세계 혁신에 그림자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폭스콘이 2025년 5월부터 약 두 달에 걸쳐 인도 아이폰 공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엔지니어와 기술자 300명 이상에게 귀국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로 현재 인도 현장에는 대만 출신 지원 인력만 남았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자국 전문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인력과 기술의 이동이 새로운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폭스콘의 조치 배경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지난 1월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와 규제 기관에 인도와 동남아시아로의 기술 이전과 장비 수출을 억제하도록 '구두로 독려'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하고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애플은 물론 비야디(BYD) 같은 중국 자국 기업들조차 인도와 동남아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모든 국가를 동등하게 대하며 모든 기업에 개방적"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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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가속화에…공급망 재편 제동 거나
중국의 인력 통제는 탈중국을 서두르는 여러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높은 관세와 지정학적 위험을 피해 공급망을 이전하려는 애플 같은 기업에는 악재다. 애플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분기까지 미국 수출용 아이폰의 대다수를 인도에서, 아이패드와 맥북 등은 베트남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인력·기술 이동 제한은 여러 기업의 현지 인력 교육과 기술 이전 속도를 늦춰 생산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생산 이탈을 늦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인도 등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초래할 위험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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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AI까지…'기술 장벽' 높이는 중국
장기적으로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인재 유출이 더 큰 위협이다.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 산업이 대표적이다. 세계 각국이 자체 공급망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의 핵심 노하우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특정 희토류 가공과 자석 생산 기술의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춘 자국민의 명단을 작성하고 해외여행까지 제한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인재 통제는 인공지능(AI)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3월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일부 직원이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금지당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메타(META) 등 실리콘밸리 최고 기술기업에서 활약하는 핵심 AI 인재를 자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가 중국계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과거부터 핵심 인재 유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대만은 오랫동안 본토 기업의 반도체 엔지니어 영입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2017년 TSMC의 핵심 임원이던 량멍쑹이 중국 경쟁사인 SMIC의 공동 CEO로 자리를 옮긴 사건은 상징적이다. 과거 경험으로 인재의 중요성을 체감한 중국이 이제 자국 인재를 지키려고 '깊은 참호'를 파는 모양새다. 이 같은 기술 민족주의가 장기적으로 세계 혁신과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