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인구 인도 시장 정조준…방시혁표 '멀티 홈' 전략 본격화
업계 "정체성 훼손" 우려 속 "새 수요 창출 혁신" 기대도
업계 "정체성 훼손" 우려 속 "새 수요 창출 혁신" 기대도

하이브의 목표는 오디션, 연습생 훈련, 음반 제작, 팬 관리에 이르는 K팝 고유의 제작 체계를 잠재력 있는 새 시장에 성공적으로 옮겨 심는 것이다. 방 의장은 인도를 "K팝의 현지화와 확장의 다음 도전"으로 꼽으며 "진정으로 성장하려면 K팝에서 'K'를 떼어내고 더 넓은 고객층에 다가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의 이런 구상은 현재 약 3%에 그치는 K팝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라틴 팝과 아프로비츠의 강세 속에서 넓히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과거 방 의장이 'K팝 위기론'을 제기하며 현지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 일본·미국 성공 사례 발판…다음은 인도
하이브의 현지화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각국 시장에 맞춘 전략을 꾸준히 펼쳐온 하이브는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 앤팀(&Team)과 아오엔(Aoen)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었고, 미국에서는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빌보드 음반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중남미에서는 현지 방송망과 손잡고 K팝 방식의 아이돌 그룹 오디션을 진행했으며, 중국에서는 현지 그룹 출범 계획 없이 홍보 사무소만 운영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브의 세계 확장 전략에서 다음 무대가 바로 인도다. 아직 인도 현지 그룹의 데뷔 계획을 내놓진 않았으나, 현지 지사를 세운다는 점에서 남아시아 지역에 K팝 생태계를 만들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앞으로 하이브가 인도 음악 산업과 팬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정체성 우려 vs 성장 기대…엇갈린 시선
다만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K팝의 핵심 경쟁력은 가수의 외모, 미학, 독특한 제작 체계 같은 한국 고유의 정체성에서 나온다"며 "지나친 현지화가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YG엔터테인먼트 제작자 출신인 신시티(Sinxity)는 "하이브의 진출은 진화하는 사업 방식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혁신"이라 평가하며 "한국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K팝은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