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버팀목 '규제 크레딧' 사라져...1분기 사실상 적자
중국 BYD에 1위 내줄 판...미래 성장동력 '로보택시'도 흔들
중국 BYD에 1위 내줄 판...미래 성장동력 '로보택시'도 흔들

◇ '절친'에서 '적'으로...정치 리스크, 주가 급락 불러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 파탄은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최대 재정 후원자였고, 2기 행정부 출범 뒤 정부효율부(DOGE)에서 연방 인력 감축을 주도하며 '절친'으로 불렸던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가 서명한 세금과 지출 법안에 반발하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후 두 사람의 소셜 미디어 설전은 격화됐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우려를 낳으면서 테슬라 주가는 지난 7월 7일 6.8% 급락했고 화요일에는 1.3% 반등하는 데 그쳤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정치에 더 깊이 관여하며 워싱턴 정계에 맞서려는 것은 테슬라의 역사에 있어 이 중요한 시기에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의 미래가 문 앞에 다가온 가장 중요한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사회는 머스크가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정당 창당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그의 정치 활동에 제한을 두는 기본 규칙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아이브스의 이러한 제안에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닥쳐, 댄(Shut up, Dan)"이라고 응수하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 진짜 위기는 '돈줄'...수익성 핵심 '규제 크레딧' 증발
문제는 정치적 논란을 넘어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윌리엄 블레어 증권은 테슬라 투자 의견을 '시장 수익률(중립)'으로 낮췄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법안이 전기차 구매자에게 주어지던 7500달러(약 1029만5250 원)의 세금 공제를 폐지하고, 연방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내연기관차 업체에 부과되던 벌금까지 없앴기 때문이다.
이 벌금 조항은 내연기관차 업체들이 테슬라 같은 전기차 업체로부터 '규제 크레딧'을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하는 핵심 수익원이었다. 이 수익 구조의 붕괴는 뼈아프다. 2025년 1분기 테슬라의 순이익은 4억2000만 달러(약 5766억1800만 원)에 불과했는데, 같은 기간 규제 크레딧 판매 수익이 5억9500만 달러(약 8168억7550만 원)에 이르렀다. 사실상 크레딧 수익이 없었다면 회사는 이미 적자였던 셈이다.

◇ 흔들리는 본업...판매 급감에 점유율 '뚝'
핵심 사업인 자동차 판매와 미래 기술 전망 역시 암울하다. 테슬라의 올해 1,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씩 감소하며 사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는 총 38만4122대를 인도하는 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44만3956대)보다 6만 대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다. 이러한 부진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2분기 판매량이 미국에서 21%, 독일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는 60% 가까이 급락하는 등 모든 곳에서 나타났다. 전체 전기차 시장은 성장하는데도 테슬라만 판매가 급감하며 점유율이 하락하는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중국의 BYD는 올해 처음으로 연간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추월할 것이 유력하다.
◇ '미래'라던 로보택시, 경쟁사에 뒤처지며 '신기루' 되나
머스크가 '회사의 미래'라고 공언한 로보택시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2025년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야심 차게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실제로는 테슬라 직원이 동승하는 제한된 운영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이미 4개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다음 해에는 마이애미와 워싱턴 D.C.로 확장을 예고한 구글의 웨이모에 한참 뒤처진다. 심지어 테슬라 로보택시는 반대 차선으로 주행하거나 주차된 차에 부딪힐 뻔하는 영상이 공개돼 기술과 안전성 논란까지 낳았다.
윌리엄 블레어는 "사업이 머스크의 관심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점에 투자자들은 그의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에 지쳐가고 있다"며 "이 중요한 시점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로보택시 출시에 집중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10월 1일부로 7500달러(약 1029만5250 원)의 세금 공제가 완전히 사라지면 수요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다급해진 테슬라는 최근 X 계정에 "차 구매를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 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며 구매를 호소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행보는 고스란히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수백 건의 매장 앞 시위가 벌어졌고, 한때 트럼프 지지자들의 구매로 반대파의 이탈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마저 사라졌다. 이제는 정치 스펙트럼 양쪽 모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만 감돈다.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그는 모두를 소외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실제로 해냈다"며 "그리고 문제는, 이 연속극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