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이 ‘구독자 경쟁’에서 ‘시청 시간 경쟁’으로 중심축이 옮겨간 가운데 유튜브가 넷플릭스를 넘어 TV 플랫폼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 유튜브, 넷플릭스 꺾고 TV 시청 시간 1위
NYT에 따르면 미국 내 TV 시청 시간은 이제 방송사나 케이블이 아니라 스트리밍이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데이터 조사 기업인 닐슨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TV 시청 시간의 44.8%가 스트리밍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 중 유튜브가 12.5%를 차지해 단일 플랫폼 기준으로는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7.5%로 2위였다.
프라임타임(오후 8~11시) 기준으로도 유튜브는 평균 1110만명의 시청자를 TV 화면에서 확보해 1070만명을 기록한 넷플릭스를 앞섰다.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시청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는 유튜브가 더 이상 ‘보조 플랫폼’이 아니라 미국 TV 시청자들 사이에서 주류로 정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열린 구조와 다양한 콘텐츠가 경쟁력
유튜브는 넷플릭스처럼 엄선된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구매해 제공하는 폐쇄형 시스템이 아니라 누구나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창작자는 제작비를 스스로 부담하지만 수익도 유튜브 광고를 통해 배분받으며 대체로 콘텐츠 소유권도 유지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유튜브는 고정비 부담 없이 막대한 양의 콘텐츠를 빠르게 확보해왔다.
유튜브는 한때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에도 도전했지만 현재는 숏폼 영상·팟캐스트·음악·게임 중계 등으로 방향을 틀어 대중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TV에서 시청 가능한 영상 길이와 품질을 높이는 전략에 주력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모바일 위주’에서 ‘안방 중심’으로 바뀌는 흐름을 빠르게 선점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지난 3월 업계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유튜브는 아이디어를 실험해보는 ‘2군 리그’”라고 평가절하했지만 닐 모한 유튜브 CEO은 “어떤 시청이 가치 있는 시간이고 어떤 시청은 낭비인지를 업계가 규정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 넷플릭스의 반격, 유튜브 스타 영입으로 시작
넷플릭스는 최근 유튜브 출신 콘텐츠를 대거 자사 플랫폼으로 흡수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어린이 프로그램 ‘미스 레이첼(Ms. Rachel)’은 유튜브에서 출발했지만 올해 초부터 넷플릭스에도 올라와 큰 인기를 얻었다. 또 영국 인기 유튜브 그룹 ‘사이드멘(Sidemen)’이 진행하는 게임쇼 ‘팝 더 벌룬(Pop the Balloon)’도 넷플릭스에서 정식 론칭했다.
아울러 마크 로버, 듀드 퍼펙트, 대니 고, 그레이시스 코너 등 인기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윌리엄모리스엔데버(WME) 소속 제드 다예 파트너는 “넷플릭스는 이제 애플이나 HBO 맥스보다 유튜브를 더 신경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콘텐츠 제작사 프로퍼게이트의 벤 실버먼 회장도 “스케일과 시청자 확보 전쟁의 중심에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플랫폼을 확장 중이다. 넷플릭스는 정제된 콘텐츠와 시네마틱한 경험을 강조하며 ‘몰입형 시청’을 유도하고, 유튜브는 개인화된 알고리즘 추천과 방대한 콘텐츠 풀로 ‘지속적 체류’를 유도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