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권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덜 불평하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는 지난 12일 밤 뉴저지주 필 머피 주지사 자택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모금행사에서 “내가 대통령일 당시 진보주의자 혹은 자유주의자라고 자처하던 이들이 지금은 위축돼 자신이 믿는 바조차 제대로 말하지 않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에 맞서려면 배꼽만 들여다보며 웅크려 있지 말고 당당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특히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형 로펌들이 ‘고객을 잃을까 두려워’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에 대응하지 않고 침묵하는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트럼프에 협조한 이들이 감옥에 갈까봐가 아니라 해안가 주택 리모델링 비용을 못 낼까봐 걱정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모든 것이 점점 나아지는 시대를 살았다”며 “평등이나 정의를 지지하는 데에 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유를 중시한다고 말하면서 어려운 시기엔 침묵하는 건 안 된다. 누군가 싫은 말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말할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용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신이 민주당원이라면 실망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민주당 내 좌파와 중도파 간 갈등에 대해서도 에둘러 지적했다. 그는 뉴저지주 주지사 후보로 나선 민주당 미키 셰릴 하원의원과 버지니아주 주지사 후보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하원의원을 언급하며 “이념이 무엇이든 실질적 결과를 내야 선거에서 이긴다”고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오바마 스스로도 트럼프 행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반이민 정책과 대학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논란 등 여러 사안에서 자신이 공개적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그는 올해 들어 아직 트럼프 반대 집회나 공개 토론회에 등장한 적은 없다. 대신 영화 제작과 팟캐스트 활동, 하와이 해변 별장 건설 등에 집중해 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