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8개 I/O에 TSMC 로직 다이 첫 적용, 시험기간 늘어난 ‘진짜 이유’

◇ ‘두 배’ 변화, 시스템 흔드는 I/O와 TSMC 로직
이번 HBM4가 업계에서 화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입력·출력(I/O) 단자’ 수가 기존 HBM3E의 1024개에서 2048개로 두 배 늘었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에 요구되는 속도와 에너지 효율이 한층 끌어올려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베이스 다이(로직 다이) 생산에서도 큰 변화가 있다. 대만의 대표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SK하이닉스 HBM4의 베이스 다이를 맡아 처음으로 신공정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베이스 다이 변화가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라고 본다.
◇ 시험·검증 ‘시간의 늪’에 빠진 까닭
지난해 8월 HBM3E 샘플은 고객사에 공급된 후, 약 7개월 만에 올해 3월 양산이 이뤄졌다.
그러나 HBM4는 기술 세대 교체와 변화 폭이 커, 추가적인 수정·테스트가 반복된다는 점이 시험 기간을 늘리고 있다.
업계가 지목하는 주요 원인은 세 가지다.
I/O 단자 수 두 배 확대로 칩과 시스템 사이 데이터 전달이 한층 복잡해져 제품 통합과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TSMC의 베이스 다이 신규 도입으로 시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와 기술적 과제가 동반된다.
초기 샘플 단계로서 완제품이 아닌 시점에서 설계 수정·추가 테스트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여러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는 I/O 단자가 두 배 늘고, TSMC가 만든 신형 베이스 다이가 처음 들어가 기존보다 제품 시험과 검증이 한층 더 복잡해진다”며 “초기 샘플은 완제품이 아니어서 수정·보완 작업이 계속되기 때문에 시험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제조사는 이미 HBM4 시험 검증에 들어갔으며, 기존 HBM3E보다 상용화까지 오래 걸릴 전망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SK하이닉스 내부 역시 “HBM3E는 완성된 샘플이었으나, 지금 HBM4는 조기 샘플 전달 단계여서 바로 양산체제로 들어갈 상황이 아니다”고 밝혀 업계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