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카콜라가 미국 내 제품에 고과당 옥수수시럽 대신 사탕수수 유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비용 증가와 공급망 혼란, 농업 분야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코카콜라와 협의 끝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콜라 제품에 진짜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했다”며 “이것은 매우 좋은 변화가 될 것이며 사람들이 곧 그 차이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사탕수수 설탕이 더 낫다”…MAHA 캠페인과 연계
트럼프는 사탕수수 설탕이 더 건강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두 감미료 모두 과잉 섭취 시 건강에 해롭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청량음료 제조업체인 코카콜라는 기존에도 멕시코 등 해외 시장에서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한 제품을 유리병 형태로 판매해 왔으며 일부 미국 대형마트에서도 '멕시칸 콜라'라는 이름으로 유통돼 왔다.
코카콜라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자사 제품군에 대한 새로운 혁신적 제안을 곧 공개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에 감사한다”고 밝혔으나 전면적인 전환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 옥수수 농가와 업계 강하게 반발
미국 식음료 산업에서 고과당 옥수수시럽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 편의성 때문에 널리 사용돼 왔다. 콘 리파이너스 어소시에이션(CRA)은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사탕수수 설탕으로 대체하는 것은 영양학적 이점도 없고 농가 수익 51억 달러(약 7조1200억원)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수천 개의 미국 식품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농촌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경고했다.
CRA에 따르면 미국 식품 산업에서는 연간 약 4억부셸(약 1016만t)의 옥수수를 옥수수시럽 생산에 사용하며 이는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고과당 옥수수시럽은 음료용으로는 HFCS-55(과당 55%)가, 제과·제빵용으로는 HFCS-42(과당 55%)가 주로 사용된다.
분석가들은 코카콜라가 모든 미국 내 제품의 감미료를 전환할 경우 연간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초과하는 비용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카콜라 제품의 병입을 담당하는 독립 병입업체들도 기존 HFCS 기반 설비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며 소비자 가격 인상도 뒤따를 수 있다.
◇ 미국산 사탕수수 생산 부족…브라질산 수입도 쉽지 않아
미국은 연간 약 360만t의 사탕수수 설탕을 생산하는데 이 중 절반은 트럼프 대통령의 본거지인 플로리다주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이는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한 양이며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수입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트럼프가 최근 브라질산 설탕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상태라는 점이다.
식품산업 분석기업 CIL매니지먼트컨설팅의 제임스 맥도넬 파트너는 “병입공장은 고과당 옥수수시럽 기반으로 설계돼 있어 재설계가 필요하고, 병입업체들이 그 비용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도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