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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0억 원에도 아무도 안 한다고?...HSBC 의장 자리 100명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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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0억 원에도 아무도 안 한다고?...HSBC 의장 자리 100명 거절

중국-미국 사이 줄타기 때문에 159년 전통 깨뜨린 터커 후임 못 구해
후임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HSBC. HSBC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후임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HSBC. HSBC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양국에 걸쳐 사업을 하는 국제 금융기관들이 경영진을 뽑는 일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9(현지시각) 유럽 최대 대출기관인 HSBC가 마크 터커 경의 뒤를 이을 의장을 찾기 위해 두 번째로 후보 찾기에 나섰지만 적임자 선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HSBC가 처음에 해당 자리를 위해 고려한 100명이 넘는 이름 가운데서 마지막 후보 명단에 들어갈 만한 후보를 충분히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은행에서 가장 까다로운 일자리 중 하나로 여겨지는 HSBC 의장직의 특별한 성격이 후보자 찾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터커 경은 지난 6월 아시아 보험사 AIA의 회장을 맡기 위해 HSBC를 떠나기로 하면서 퇴임을 앞당겼으며, 10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처음에 그는 20269월 영국 기업 지배구조 규칙이 권하는 9년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으나 일찍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 세계적 금융회사 특별함 때문에 후보자들 꺼려

HSBC가 검토한 주요 후보자들로는 취리히 보험 그룹을 이끄는 마리오 그레코(Mario Greco), 골드만삭스 임원인 케빈 스니더(Kevin Sneader)와 리처드 그노드(Richard Gnodde), 최근까지 런던 로이드 보험 시장의 의장이었던 브루스 카네기-브라운(Bruce Carnegie-Brown)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사회에 관심을 보인 후보자 중 일부는 참석할 수 없었고 다른 후보자는 접근했을 때 거절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취리히 대변인은 "마리오는 헤드헌터가 접근했고 취리히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즉시 거절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달러 청산 기관 중 하나인 HSBC의 중국과 미국에 걸친 특별한 자리가 후보자들이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HSBC의 지도자들은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 사이 긴장을 헤쳐나가기 위해 보통 외교관에게 요구하는 재주와 금융 서비스 경험을 함께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후보자는 또한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내는 지역이자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 최고경영자가 새롭게 힘을 쏟는 아시아를 최소한 잘 알아야 하며, 때때로 빡빡한 출장 일정이 있는 사실상 정규직에 전념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HSBC와 런던에 본사를 둔 헤드헌터인 MWM 컨설팅은 이사회가 만날 기회를 갖기 전에 1차에서 떨어진 후보자에게 접근해 새 의장을 찾는 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은행은 여러 잠재 후보자와 접촉하고 있지만 터커가 떠나기 전에 과정이 끝날 가능성은 낮으며, HSBC 감사위원회 위원장인 브렌든 넬슨(Brendan Nelson)이 임시로 맡을 예정이다.

159년 만에 외부에서 영입한 터커의 강한 리더십 유산

2017년 터커가 임명되기 전까지 HSBC159년 역사 동안 줄곧 내부 사람들이 의장을 맡았다. 터커는 실적이 나쁘다고 여겨지는 임원들을 해임하고, 당시 최대 주주였던 중국 보험사 핑안과 싸우면서 회사를 해체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그 자리를 매우 영향력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

HSBC는 터커가 있는 동안 3명의 최고경영자를 임명했으며, 노엘 퀸(Noel Quinn)이 갑자기 사임한 뒤 지난해 9월 엘헤데리가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터커는 지난해 은행으로부터 160만 파운드(298900만 원)의 급여와 복리후생을 받았다.

HSBC 경영진은 특정 기준에 대해 타협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비공개로 인정했다고 이 대화를 잘 아는 한 관계자가 전했다. "후보자들이 은행이 원하는 모든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해당 관계자는 말했다.

선임 독립 비상임이사 앤 고드비히어(Ann Godbehere)가 이끄는 위원회는 철저한 조사에도 아직까지 뒤를 이을 사람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HSBC는 적합한 후보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 현재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을 해당 자리에 임명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HSBC 측은 "새로운 회장을 임명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브렌든 넬슨이 101일부터 임시 회장직을 맡게 되며, 적절한 시기에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