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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 '5나노 수율 70%' 주장 나와…업계는 "근거 부족"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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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 '5나노 수율 70%' 주장 나와…업계는 "근거 부족" 일축

구형 DUV 장비로는 상업 양산 어려워…주요 고객 화웨이도 7나노 사용
자체 EUV 개발이 관건…中 SiCarrier, 2025년 시험 생산 목표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가 5나노 공정에서 60~70%의 수율을 달성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인한 EUV(극자외선) 장비 부재를 이유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CFP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가 5나노 공정에서 60~70%의 수율을 달성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인한 EUV(극자외선) 장비 부재를 이유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CFP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가 5나노미터(nm) 공정에서 60~70%에 이르는 수율을 기록했다는 주장이 나와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정도 수율은 통상 상업 양산과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기준으로, 삼성전자 3나노 공정 초기 수율과도 비슷하다. 만약 사실이라면 미국 제재 속에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는 신호지만, 업계는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과장된 수치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21일(현지시각) IT 전문 매체 WCCF테크에 따르면 중국 IT 소식에 밝은 웨이보 정보원 '딩자오슈마(定焦数码)'는 SMIC의 5나노 공정 수율이 60~70% 범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수율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Z 플립 7'용 '엑시노스 2500' 칩 생산에 사용한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중국 반도체 제조 기술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앞서 SMIC는 화웨이의 '기린 9000S' 칩을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 "현실성 없는 주장"…EUV 없이 5나노 양산은 불가능

하지만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업계 다수는 공개된 제품이나 고객 사례가 없다며 수치가 과장됐거나 검증되지 않았다고 본다. 엑스(X, 구 트위터)의 한 사용자 '@Jukanlosreve'는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딩자오슈마'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핵심 근거는 미국 수출 규제로 SMIC가 최첨단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현실이다. 구형 DUV(심자외선) 장비만으로는 5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수율과 생산성이 모두 크게 떨어져 TSMC나 삼성전자처럼 효율적으로 양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DUV 장비를 활용하면 생산 단가 역시 50% 넘게 오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회의적인 시각은 또 있다. 현재 화웨이가 최신 하모니OS 기반 노트북에 싣는 'X90' 칩도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만들고 있다. 5나노 공정 수율이 상업 양산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면, 핵심 고객인 화웨이가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SMIC의 5나노 기술을 채택한 검증된 양산 사례가 없다는 점이 주장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 반도체 자립 열쇠 'EUV 국산화'에 사활

물론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 가능성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은 미국 제재를 피하고자 자국산 EUV 장비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화웨이와 관계가 깊은 장비업체 SiCarrier는 최근 ASML과 경쟁을 목표로 28억 달러(약 3조 8788억 원) 투자를 유치했으며, 2025년 3분기 시험 생산을 목표로 자체 EUV 장비를 시험 중이라고 알려졌다. 앞으로 중국산 EUV 장비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면, SMIC가 첨단 공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