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7% 상승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각) ABC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의류, 가구, 침구류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관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난감 가격은 두 달 전보다 6배 빠른 속도로 상승했고 침대 시트와 이불 같은 침구류는 전달보다 5.5% 급등했다. 대형 가전제품은 1.9%, 커피는 2.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0.3%를 크게 웃돌았다. 커피의 경우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공급난까지 겹쳐 상승 폭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 수입품 중심으로 ‘관세발 인플레’ 조짐
모닝스타웰스의 도미닉 파팔라도 수석 전략가는 “이들 품목은 마진이 낮아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버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6월 물가 상승률 2.7%는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의 3.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SNS를 통해 “물가가 매우 낮다”며 연방준비제도에 기준금리 3%포인트 인하를 촉구했다. 백악관도 “물가가 안정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옹호에 나섰다.
◇ 주거·식료품 중심 상승…“관세 영향 제한적” 반론도
다만 물가 상승 전반을 관세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ABC뉴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전체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식료품과 주거비 상승 때문이며 이들은 대부분 미국 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파팔라도 전략가는 “식료품과 주거는 일반적으로 국내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현재 평균 20.6%의 실효관세율 아래 놓여 있으며 이는 19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올해 관세로 인해 미국 가구당 평균 2800달러(약 390만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다음달 추가 관세 예고…물가 상승 압박 더 커질 수도
앞으로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추가 관세의 실행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최대 5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다음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구리에는 별도로 50%의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리톨츠웰스의 캘리 콕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고객 메모를 통해 “추가 관세가 기업의 부담 여력을 더욱 갉아먹을 것”이라며 “수요 위축이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물가가 높은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이 어디까지 치솟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