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각) 서명한 ‘세금·지출 통합법안’에 대해 미국 유권자 과반이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빅 뷰티풀 법안’이라고 명명한 이 법은 감세를 확대하고 복지 지출을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WSJ이 지난 16~20일 미국 등록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법안에 대한 지지율은 42%에 그친 반면 반대는 52%에 달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12%는 반대했으며, 무당층의 과반(54%)도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 지지자의 94%는 법안에 반대했다.
◇ “부자에겐 감세, 서민에겐 피해”
법안의 핵심은 트럼프 1기 시절 도입됐던 일부 감세 조치를 연장하고 메디케이드와 영양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줄이는 대신 이민 단속 및 국방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이 법안으로 인해 향후 10년간(2034년까지) 연방 재정적자가 3조4000억 달러(약 4784조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이언 샤츠 하와이 상원의원(민주당)은 “메디케이드와 식품보조 삭감은 인기가 없다. 이런 복지 축소를 통해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방식은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처럼 비호감”이라고 말했다.
◇ “팁·초과수당 비과세는 인기”…그러나 전체 인식은 부정적
공화당은 이 법안에 포함된 ‘팁소득 비과세’, ‘노인 세금 감면’, ‘초과근로 수당 비과세’ 등의 조항을 내세우며 유권자 설득에 나섰다. 공화당 선거 전략본부를 맡고 있는 리처드 허드슨 하원의원(공화당)은 “사람들이 법안 내용을 들으면 매우 인기가 높다. 훌륭한 법안이므로 진실만 알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팁 소득 비과세’ 조항은 유권자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메디케이드 삭감과 식량 지원 감축 등의 내용이 전반적인 평가를 뒤덮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계 여론조사기관 임팩트리서치의 대표 몰리 머피는 “사람들은 팁 소득 비과세를 알고 좋아하지만 의료·식품 지원 축소에 대한 우려가 그것을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 공화당, 감세 체감 시점 맞춰 선거 전략
이번 세제법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내세우는 최대 성과로 꼽히지만 실제로는 유권자 인식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보다도 낮은 법안 지지율이 이를 보여준다.
다만 공화당은 법안의 감세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체감되도록 설계해놨다고 설명했다. 일부 조항은 이미 시행돼 내년 초 세금 환급 시기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공화당)은 “내년에는 메디케이드 수급자가 탈락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팁세 감면, 초과수당 감면, 노인 감세 등이 세금 신고 시점에 체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강보험 시장 가입자들은 공화당이 프리미엄 세액공제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탓에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으며 병원이나 주정부 차원에서 예산 삭감을 우려하는 논의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WSJ와 인터뷰에서 “법안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15개월간 충분히 알린다면 공화당 다수 의석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메디케이드 개편을 단순한 ‘근로요건 강화’가 아닌 사실상 ‘복지 삭감’으로 규정하고 지역 병원 폐쇄 우려와 맞물려 전국 순회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