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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던 그 에센스, 이제 명품 가격’…K뷰티 관세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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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던 그 에센스, 이제 명품 가격’…K뷰티 관세 대란

미국서 25% 가격 폭탄 예고에 덕후들 '사재기' 열풍
K뷰티가 트럼프 관세에도 혁신과 현지화로 미국 시장에서 고속 질주하고 있다. 높은 이윤과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문제는 25% 관세다. 사재기가 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K뷰티가 트럼프 관세에도 혁신과 현지화로 미국 시장에서 고속 질주하고 있다. 높은 이윤과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미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문제는 25% 관세다. 사재기가 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뷰티 시장을 이끄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미국 관세 부과로 큰 고비를 맞았다. 28일(현지 시각) 데브디스코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K뷰티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한국에서 17억 달러(약 2조3600억 원)어치 화장품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 이로써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 최대 화장품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 8월 1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으나 지금은 90일간 유예기간을 두고 무역 협상을 하고 있다. 지금은 10% 기본 세금이 붙어 기존 10달러(약 1만3000원)짜리 제품이 12~14달러(약 1만6000~1만9000원)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 업계 충격과 소비자 사재기 현상


관세 부과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미국 내 K뷰티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화장품 전문 매장 센티센티(Senti Senti)의 마리 델 로사리오 관리자는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좋아하는 제품을 여러 개씩 산다"고 말했다.

같은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크림의 경우 지금 17.99달러(약 2만5000원)에서 관세를 매기면 20달러(약 2만7000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사리오 관리자는 밝혔다. K뷰티 브랜드 덴 아이 멧 유(Then I Met You) 창립자 샬럿 조는 "7년 만에 가격을 한 번만 올렸는데 관세 상황에 따라 다시 올릴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메리 러블리 수석연구원은 "한국 뷰티 제품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다양함과 선택권을 줄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것을 내놓았기 때문에 환영받았다"면서 "25% 관세로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미국 내 판매량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 혜택에서 관세 부담으로


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12년 시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있다. 이 협정으로 대부분의 한국 뷰티 제품들이 세금 없이 미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루 여 수석연구원은 "K뷰티는 한국의 가장 큰 수출 품목은 아니지만 미국 내 한국 문화의 영향력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인터넷 K뷰티 쇼핑몰 올롤리(Ohlolly) 운영자 헤라 남희는 "25%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 쇼핑객들이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 창고에 2~4개월분 물량만 갖고 있어 추가 주문을 미룬 상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75억 달러(약 10조4200억 원)어치 화장품을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산이 17억 달러를 차지했다. 한국은 8월 1일 나라별 관세 시행 이전에 무역협정을 맺기를 바라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K팝·드라마와 함께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해온 K뷰티 산업이 관세 장벽 때문에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