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핸드백 수요 지속에 2분기 매출 9% 증가…루이비통과 격차 확대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성명을 통해 2분기 매출이 고정 환율 기준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8.9% 상승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에르메스는 버킨, 켈리 핸드백 등 상징적인 제품을 제한된 수량으로 공급하는 ‘희소성 전략’을 유지하며, 최근 수개월 동안 고급 소비재 시장 전반에 나타난 수요 둔화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이는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LVMH, 구찌를 보유한 케링(Kering) 등 주요 경쟁사들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회사는 또한 글로벌 무역 전쟁과 경기 둔화 속에서도 기존 사업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회장은 기자들과의 콘퍼런스 콜에서 “최근 발표된 유럽연합(EU)산 제품에 미국이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기다리면서,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한 바 있다.
견고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에르메스 주가는 이날 파리 증시 초반 거래에서 한때 3% 넘게 하락했다. 주가는 전날까지 연초 대비 2.4% 상승했다. 반면 경쟁사인 LVMH는 연초 대비 25% 이상 하락했다.
씨티그룹의 토마스 쇼벳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에르메스는 여전히 동종 업계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한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4월, 에르메스는 LVMH를 제치고 프랑스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에르메스가 과거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인수에 실패했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에르메스는 2분기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선전하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중국 정부가 과시 소비 단속에 나서며 고급 소비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한 가운데서도 에르메스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단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은 에르메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에 달해, 경쟁사인 LVMH의 28%보다 의존도가 높다. 해당 지역에서 에르메스의 분기 매출은 5.2%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반면, 앞서 실적을 발표한 LVMH는 루이비통과 디올 및 셀린느 등을 포함한 주요 브랜드 부문에서 분기 매출이 9% 감소했고, 케링은 대표 브랜드 구찌의 2분기 매출이 25% 급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