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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美 제조업 원가 최대 4.5% 상승 압박…“공장 문 닫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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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美 제조업 원가 최대 4.5% 상승 압박…“공장 문 닫을 수도”

지난 2021년 6월 7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로소에 위치한 폴라리스 제조공장에서 직원들이 스노모빌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6월 7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로소에 위치한 폴라리스 제조공장에서 직원들이 스노모빌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 관세를 대폭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이 조치가 미국 제조업체에 최대 4.5%의 원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는 공장 폐쇄나 감원까지 우려하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공정성장센터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고강도 관세 정책이 미국 공장 운영비용을 평균 2~4.5%가량 끌어올릴 수 있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크리스 뱅거트드라운스 연구원은 “이 같은 비용 상승은 수익률이 낮은 중소 제조업체들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임금 정체는 물론이고 공장 폐쇄나 정리해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최대 50% 관세 예고…물가·고용 타격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새로운 무역 틀을 마련했다고 밝히며 내달 1일부터 각국 수입품에 대해 15~50% 수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미국 제조업체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AP에 따르면 지난 6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실시한 기업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들은 관세 비용의 절반가량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 노동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새로운 관세를 도입한 이후 제조업 일자리가 약 1만4000개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관세가 미국 철강 가격도 끌어올려”


일부 업체는 수입 철강을 쓰지 않음에도 관세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뛰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미시간주 벨딩에서 아마존과 자동차·항공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조던제조의 저스틴 존슨 대표는 AP와 인터뷰에서 “자사는 외국산 철강을 쓰지 않는데도 미국산 강판 가격이 5~10% 올랐다”며 “국산 철강업체들이 경쟁자가 사라지자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자본주의 기업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 공장 지대 많은 스윙스테이트도 타격 예상


보고서는 특히 미시간과 위스콘신처럼 산업 구조상 정치적 영향력이 큰 지역에서 관세 정책이 유권자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지역은 제조업·건설·광업 등 고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며 관세 확대가 정치적으로도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지목한 인공지능(AI) 역시 부품의 2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고율 관세가 기술 산업 투자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가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관세를 감수하고 있다”며 “결국 ‘통행료’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P는 “정작 그 통행료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먼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