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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와 15% 관세로 타협한 한국…막판까지 협상 밀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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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와 15% 관세로 타협한 한국…막판까지 협상 밀린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15% 관세 부과를 조건으로 타결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복합적인 정치·경제적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1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 관세를 예고해 왔지만 이날 15% 부과를 조건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이 합의에 따라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2조5500억 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이 중 1000억 달러(약 137조9000억 원)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에 쓰일 예정이다.

◇ 실리 택한 이재명 대통령, 핵심 산업 방어에 집중


이재명 대통령은 합의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합의는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결정”이라면서 “조선업 진출과 반도체·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산업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약 206조8500억 원)는 미국 조선산업 진출에 쓰이고, 나머지는 반도체·기술·에너지 분야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이 대통령은 설명했다.

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44%를 수출이 차지할 정도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이는 일본의 수출 비중(약 22%)의 두 배에 이른다. 한국은 2024년 미국과의 무역에서 660억 달러(약 91조9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8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 '중간 타협' 이끌어낸 배경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25% 관세를 예고하며 압박해왔다. 그러나 지난 22일 일본이 15% 관세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 측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취임 이후 불과 5주 만에 무역 협상이라는 중대 과제를 마주했으며, 당초 지난 9일이었던 협상 마감 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까지로 연장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EU·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여러 국가와 동시다발로 협상을 벌이고 있었고, 한국은 주요 농산물 시장 개방, 디지털 규제 완화, 무역 불균형 시정 등 여러 난제를 동시에 조율해야 했다.

◇ 핵심 산업 추가 관세 우려 여전


이번 합의로 관세 협상이 일단락됐으나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수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인공지능(AI)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제공된 보조금에 힘입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한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가 자국 기술 기업보다 삼성·네이버 같은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는 미국이 소유하고 내가 직접 선택할 것”이라면서 “한국은 자동차·트럭·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에 전면적으로 문을 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표 직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쌀과 쇠고기 등 미국 농산물에 대한 현행 수입제한 조치는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다음 달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추가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