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폭증 대비해 현실적 '플랜B'까지 준비…"미국도 배워야"
2040년까지 화력발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도 '백업 시나리오' 준비
2040년까지 화력발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도 '백업 시나리오' 준비

미국 텍사스대학교 에너지환경시스템분석센터의 벤 카힐 소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배런스 기고문을 통해 "일본의 에너지 안보 계획은 미국이 참고할 만한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월 승인한 제7차 전략계획을 보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보다 73% 줄이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룰 목표를 세웠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를 보면, 현재 화력발전이 75%를 차지하는 전력 구성을 2040년 37%까지 크게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22%에서 40%로, 원자력은 3%에서 23%로 각각 늘릴 계획이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려고 원자력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966년 첫 원자로가 가동을 시작한 뒤 2011년까지 54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며 세계 최대 원자력 산업국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그해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 발전이 거의 중단되면서 일본은 기록적인 양의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야 했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어그러졌다.
최근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나타난 세계 가스 가격 충격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태양광에 강한 인센티브를 주는 등 더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웠다. 또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저탄소 연료 지원도 시작했다.
정부는 몇 년마다 진행 상황을 다시 살펴보며 유틸리티와 무역회사, 은행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 기후 계획을 만든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구체적인 설치 목표와 현실적인 위험 대응 방안을 함께 보여준 점이다. 일본은 2040년 목표를 이루려면 해마다 태양광 발전시설 10기가와트(GW)와 해상풍력 3~4GW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태양광 설치 속도를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계획은 에너지 정책 사상 처음으로 '위험 상황'을 담았다. 정부는 원전 재가동에 대한 국민 반대, 재생에너지 설치 장애물, 수소 공급 비용이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천연가스 의존도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일본은 2040년까지 2000만t 규모의 새로운 장기 액화천연가스(LNG) 계약을 맺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를 보면, 일본의 원자력 발전량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급격히 줄어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원자력은 사고 뒤 거의 0에 가까워졌고, 그 자리를 천연가스·석탄·석유 등 화력발전이 메웠다. 대신 태양광 발전이 2010년대 후반부터 빠르게 늘어 2021년 8만6080테라와트시를 기록했다.
◇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 전력수요 급증 우려
카힐 소장은 "일본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지정학적 위험과 외부 충격, 전력을 많이 쓰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는 것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들어낸다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AI·반도체 제조업 등 관련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산업정책이 전력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책을 만드는 이들은 인구가 줄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져 일본이 2030년까지 전력을 덜 쓸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원전 재가동에 대한 국민 반대나 재생에너지 설치 장애물, 수소 공급이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경우 일본의 가스 의존도가 실제로는 늘어날 수 있다고 계획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화력발전을 너무 성급하게 단계별로 없애는 것을 경계한다. 정부는 '효율성이 낮은 석탄발전'은 단계별로 없애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과 수소를 활용한 발전 부문 탈탄소화를 함께 하겠다는 방침이다.
카힐 소장은 "미국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AI와 산업, 가계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방법을 생각할 때 일본을 참고할 만하다"며 "일부 에너지원을 성급하게 제외하기보다는 다양한 에너지원이 하는 일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예측할 수 없지만 피할 수 없는 충격에 대비한 겸손함과 예비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