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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무실 점령해도 ‘지붕 위 기술자’는 연봉 1억 2000만 원…“552만 명 희귀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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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무실 점령해도 ‘지붕 위 기술자’는 연봉 1억 2000만 원…“552만 명 희귀 인재”

코딩보다 배관공?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NAM 분석, 블루칼라 일자리 ‘역주행’
AI시대에 사무직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하지만 현장의 블루 칼러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어 수요와 함께 보수도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AI시대에 사무직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하지만 현장의 블루 칼러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어 수요와 함께 보수도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2(현지시각) 악시오스(Axios) 보도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연구 결과를 보면,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은 미국 노동시장을 크게 바꾸고 있다.

디지털 코딩에 뛰어들라는 권유가 줄어든 반면, 새벽에 수도관이 터졌을 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는 현실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AI가 사무직 대체를 가속하지만, 용접공·배관공·전기 기술자와 같은 숙련 블루칼라 노동자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기업들은 이미 AI 도입으로 연간 수억 달러의 비용을 줄였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배선 작업이나 건물 지붕 설치와 같이 사람 손이 필요한 일자리는 여전히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건설·설비·제조 분야의 숙련 기술자 임금은 최근 수년 사이 20% 가까이 올라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미제조업협회(NAM)의 발표를 종합하면, 전기 기술자나 용접공, 배관공들은 졸업 후 5년 안에 연평균 95,000달러(13,200만 원)를 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은 20만 건 이상의 업무 대화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대체하기 쉬운 40개 사무직(번역가, 작가, 영업·고객 상담 포함)에 약 1,100만 명이 종사한다고 밝혔다. 반면 AI 대체가 어려운 40개 직업군에 포함된 준설 및 지붕 기술자, 전기·용접·배관 기술자 등 블루칼라 인력은 550만 명가량이다. 굳이 AI에 맡길 수 없는 현장 노동이 많아 인력 부족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 현장에서는 블루칼라 기술자 구하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밝혔다. 전미제조업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NAM)공장 노동력이 한 달에 45만 명가량 부족하다고 말했다. 마이크 로우(Mike Rowe)라는 숙련 기술 및 직업 교육 전문가이자 방송 진행자는 지난달 펜실베이니아 에너지 혁신 포럼에서 “15년 동안 아이들에게 코딩을 배우라했지만, 이제 AI가 코더 일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용접공, 배관공, 전기 기사는 여전히 AI 영향권 밖에 있다고 말했다. 현장 유지보수와 배관, 건축 자재 설치 같은 일은 사람 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숙련 기술자의 부족은 은퇴 인원 증가, 젊은 층 진입 기피, 교육 시설 부족에 따른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NAM과 제조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로 건설·제조·에너지 산업에 병목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

미국제조연구소 회장 캐럴린 리는 “16개 주에서 운영 중인 유지보수 기술자 훈련 과정 참가자들은 졸업 5년 이내 평균 95,000달러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숙련 기술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AI가 오히려 블루칼라 일자리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로 대체가 쉬운 작업이 주로 언어와 정보 전달에 집중된 화이트칼라 직종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구조물 조립, 기계 수리, 현장 판단과 같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업무는 AI가 대신하기 힘든 분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블루칼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큰 규모의 숙련공 교육과 노동시장 체계 개선이 한꺼번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다행히 데이터센터나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등으로 숙련 기술자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앞으로 자동화와 AI 발전으로 노동시장 구조는 또 바뀔 가능성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