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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對中 AI 전략, 첫 시험대…韓·美 APEC 회의서 기술 수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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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對中 AI 전략, 첫 시험대…韓·美 APEC 회의서 기술 수출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두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상대로 본격 경쟁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AI 수출 전략이 다음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첫 시험대를 맞는다.
3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5일 시작되는 APEC 기술 회의에서 아시아 21개국을 상대로 자국의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의료를 포함한 주요 산업에 AI를 도입할 최적의 선택지가 미국산 기술임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중국은 개방형 AI 모델과 정부 주도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앞세워 자국 기술의 글로벌 확산을 노리고 있다. 중국의 딥시크, 알리바바, 화웨이 등은 비용 효율성을 앞세운 모델을 내세우며 급속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미국 AI는 수출 준비 완료"…트럼프 행정부, 수출 금융기관 동원

이번 전략의 중심에는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산업계 인사들과 함께한 AI 포럼에서 서명한 행정명령 마련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가운데 하나는 미국 수출입은행과 국제개발금융공사(DFC) 같은 연방 금융기관을 동원해 미국의 AI 기술 수출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기관은 전통적으로 항공기 같은 물리적 상품 수출을 지원해왔지만 이제는 AI 소프트웨어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크라치오스는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AI는 수출 준비가 끝났다”며 “AI 계약을 쉽게 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을 각국에 확실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PEC 회의에서 직접 연설할 예정이며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장도 동행해 수출 규제 관련 설명에 나선다.

이번 수출 전략에 따라 수혜를 입을 미국 기업으로는 엔비디아와 오픈AI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반면,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빠진 틈을 타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던 통신장비 사례처럼 AI 분야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제는 판이 열렸다"…트럼프, 대중 규제 일부 완화도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바이든 정부 시절 도입된 AI 칩 수출 제한 규정을 철회했으며 한때 중국 판매가 금지됐던 엔비디아 AI 칩도 다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조치는 일부 국가안보 전문가들의 반발을 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베트남·인도네시아 등과 새로운 관세 합의에 나서는 등 기술과 무역 양면에서 중국과의 경쟁 구도를 다시 짜고 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과거 첫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화웨이 통신장비 퇴출을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설득에 나섰지만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술 선택이 끝난 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제는 판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국은 민간 기업 주도의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중국은 국가가 지원하는 개방형 모델로 맞서고 있다. 각국이 어느 기술 생태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글로벌 AI 주도권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