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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노동통계국장 경질, ‘美 경제통계 신뢰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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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노동통계국장 경질, ‘美 경제통계 신뢰도’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경질한 에리카 맥엔타퍼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 국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경질한 에리카 맥엔타퍼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 국장.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고용지표가 발표됐다는 이유로 이를 총괄하던 통계 책임자를 최근 해임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리면서 미국 경제통계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 국장인 에리카 맥엔타퍼를 해임하고 수십 년간 재직한 내부 인사인 윌리엄 위아트로스키를 후임 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미국 경제통계 100년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정책 결정과 민주주의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해임 배경에 대해 “그가 발표한 수치들은 정치적으로 나를 해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이 전혀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노동통계국장을 지낸 에리카 그로셴은 “우리는 잔이 반이나 찼는지, 반이 비었는지 말하지 않는다. 단지 ‘8온스 잔에 4온스가 담겼다’고 보고하는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 통계 왜곡이 부른 세계 각국의 위기


전문가들은 정부가 통계에 개입할 경우 국가 신뢰도가 추락하고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그리스는 2000년대 들어 재정적자를 축소 보고한 끝에 심각한 채무 위기를 맞았고 이를 바로잡으려던 통계청장이 기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아르헨티나도 2000~2010년대 물가 상승률을 고의로 축소 발표하다 국제 신용을 잃고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바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연준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 모두에 도움이 된다”며 “미국은 지난 100년간 이런 점에서 선도 국가였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 당장은 바뀌지 않겠지만 신뢰 저하 우려


현재로선 노동통계국 내부 직원들은 기존 절차에 따라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어 통계 품질이 즉각 악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에이미 오하라 조지타운대 교수는 “가계소득이 낮게 나오면 통계청장이 해임되느냐”며 “향후 GDP나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리스 통계청장을 지낸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는 “공식 통계는 사회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거울이 깨지거나 왜곡되면 문제를 볼 수 없고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 신뢰 무너지면 대체재도 무력


하버드대 경제학자인 알베르토 카발로는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 통계가 신뢰를 잃으면 민간이 만든 대체지표에 의존하게 되지만 전국 단위 조사를 수행할 자원과 규모는 정부만이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 소비자 물가에 대한 자체 분석을 발표했지만 “이런 민간 지표는 공공 데이터만큼 제도적 신뢰를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통계당국의 수장이었던 낸시 포톡 전 연방통계국장도 “예전엔 초당적 지지를 받던 통계 시스템이 정치와 예산 압박에 놓이게 됐다”며 “이런 시기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