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연방 하원의 선거구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민주당은 이번 개편안이 정치적 조작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게리맨더링’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각) BBC와 폭스뉴스에 따르면 텍사스 주의회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주 새로운 연방 하원의원 선거구 조정안을 제출했다.
이 안은 공화당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25석 외에 5석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전폭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조작을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개편안은 민주당 강세 지역인 달라스, 휴스턴, 오스틴의 일부 선거구를 공화당 우세 지역과 합치거나 분할하는 방식으로 짜여 있어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붕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민주당 소속 재스민 크로켓 하원의원은 개편안에 따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소속 토드 헌터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이번 개편은 텍사스를 위한 좋은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민주당 측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켄 마틴 의장은 “트럼프와 공화당은 규칙을 어기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술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같은 반민주적 공격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민주당, 의결 정족수 무력화 위해 타주로 집단 이동
텍사스주 하원은 전체 150석 가운데 최소 100석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가 가능하지만 민주당 의원 51명이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텍사스를 떠나 타주로 이동했다. 이들은 대부분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이동해 4일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이는 공화당 소속 그렉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가 소집한 특별 회기에서 개편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진 우 텍사스주 민주당 하원 의원은 3일 성명을 통해 “우리가 회피하는 것은 책임이 아니라 유권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부정한 제도”라며 “이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것이 아니라, 도덕적 확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측은 이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은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내 체포해야 한다”며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던스틴 버로스 하원의장은 “4일 오후 3시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며,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으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하루 500달러(약 65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 10년 주기 원칙 깨고 정치적 중간 개편 추진
미국의 선거구 재조정은 원칙적으로 10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조사를 기준으로 이뤄지며 직전 인구조사는 2020년에 실시됐다. 그러나 텍사스주 공화당은 이례적으로 임기 중간 시점에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26년 중간선거부터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이 개편을 통해 텍사스주 연방하원의석을 30석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은 연방 하원 435석 중 219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212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