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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위스에 “투자 더 하라”…스위스, 39% 관세 앞두고 긴급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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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위스에 “투자 더 하라”…스위스, 39% 관세 앞두고 긴급 대응 나서

가이 파르멜랭 스위스 경제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가이 파르멜랭 스위스 경제부 장관.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수입품에 대해 39%의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스위스 정부가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더 매력적인 제안’을 하겠다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위스 정부는 같은 날 긴급 내각회의를 열고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 파르멜랭 스위스 경제부 장관은 현지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전화 통화 직전까지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란 징후는 전혀 없었다”며 “왜 우리가 이런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투자 약속 늘려야 관세 피할 수 있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스위스를 포함한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며 스위스산 제품에 대해 오는 7일부터 39%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2일 기자회견에서 “스위스와의 무역수지 적자가 크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스위스와 385억 달러(약 51조7600억 원)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스위스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원인이 금괴 수출에 있다고 해명했다. 스위스의 대미 수출 중 3분의 2는 자국 정제소에서 만든 금괴와 금덩어리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금은 통상적인 무역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측은 이번 통상 협상 과정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우호적인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파르멜랭 장관은 “우리는 10~15% 수준의 관세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실제 결정은 백악관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 시계·초정밀 기계 산업 ‘직격탄’…경제 성장률도 타격


스위스의 대표 산업인 고급 시계와 정밀 기계 산업은 큰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 분야 중소기업들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10% 관세를 부과했을 때부터 이미 직원 일부를 일시 휴직시켰으며, 이번에 관세가 39%로 올라가면 더 많은 고용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위스 시계산업연맹 이브 부그만 회장은 “39%의 관세는 미국 소비자와 유통업자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며 “일부 기업은 이미 휴직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 취리히) 산하 KOF 경제연구소의 한스 게르스바흐 소장은 “관세가 현실화되면 스위스 경제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1인당 손실은 약 300스위스프랑(약 52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스위스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인 의약품은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전체 경제 타격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향후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가 부과되면 스위스 경제는 사실상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 “F-35도 샀는데”…스위스, 트럼프 설득 총력


스위스 측은 자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1인당 직접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2021년에는 미국산 F-35 전투기 36대를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라훌 사갈 스위스-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는 서로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믿었다”며 “스위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0분 전화 통화는 마무리 조율을 위한 것이었지 모든 합의가 무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는 미국이 원하는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존 투자·에너지 구매 약속 등을 재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공식적으로 새로운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할 계획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