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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이지’ 끝났다…美 베이비붐 세대 78조 달러 자산 대방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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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에이지’ 끝났다…美 베이비붐 세대 78조 달러 자산 대방출 충격

매일 1만 명 은퇴·매분 4명 사망, 부동산·주식 '완벽한 폭풍' 경고
미국 경제가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 때문에 '실버 쓰나미'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이 처분되는 과정에 부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경제가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 때문에 '실버 쓰나미'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이 처분되는 과정에 부의 대이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지=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미국 경제가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 때문에 '실버 쓰나미'에 직면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투자 그룹 생명공학 포럼의 브렛 젠슨은 지난 5(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한 781000억 달러(108640조 원) 규모의 자산이 앞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장기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시장의 주가 수준은 여러 전통 지표를 기준으로 1990년대 후반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가총액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 실러 주가수익비율(PE), 주가 대 매출 비율 등 주요 지표들이 모두 극단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1990년대와 달리 현재 경제성장률이 매우 부진하다는 점이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GDP는 해마다 4% 이상 늘었지만, 올해는 1.5% 이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1.2%에 불과했다. 미국은 1999년에 마지막 연방 예산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19조 달러 부동산 자산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 구조 변화가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매일 1만 명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71세에 이른다. 매분 약 4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1999년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세대 집단인 베이비붐 세대가 소득 전성기에 있으면서 401(k)와 중개 계좌를 통해 주식에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심각할 것으로 분석됐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2024년 현재 미국 전체 주택 자산의 약 절반인 195000억 달러(27100조 원)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작년 미국 전체 주택 구매의 42%를 차지했다.

앞으로 2년 동안 700만 명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가 세상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주택 재고의 37%, 별장의 57%, 투자용 임대 부동산의 58%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 자산의 시장 출시가 부동산 가격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취약한 상태다. 모기지 뉴스 데일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이후 기존 주택 판매는 인구가 훨씬 적었던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레드핀은 2013년 이 지표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주택 판매자가 구매자를 가장 많이 웃돌고 있다고 보고했다. 주택 경제성 또한 사상 최저치에 가깝다.

◇ 주식시장도 '자산 청산' 직격탄 불가피


주식시장 역시 비슷한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1964년 이전 출생자들이 미국 전체 부의 64%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베이비붐 세대가 50%781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X세대는 46조 달러(29.5%), 침묵의 세대는 186000억 달러(11.9%), 밀레니얼 세대는 133000억 달러(8.5%)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 자산의 상당 부분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생활비 지원을 위해 팔릴 것이며, 이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 정리와 세금 납부를 위한 매각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런 매도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믿는다면 주식에 점점 더 큰 역풍이 될 것이라고 젠슨은 덧붙였다.

일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닛케이 지수는 1989년 정점을 찍은 후 작년까지 35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이 시기가 일본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와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중간연령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으며, 미국도 현재 평균 연령이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투자자들이 이런 인구 구조상 위험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주가 평가 지표가 극단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도 베이비붐 세대 고령화가 가져올 장기간 영향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