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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日, 미국차 수입 확대 약속”…전문가들 회의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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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日, 미국차 수입 확대 약속”…전문가들 회의적인 이유

NYT “미국산 브랜드의 일본 수요 한계…한국서도 미국산 점유율 미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 수입 장벽을 낮추기로 약속했다며 이를 자국 무역정책의 성과로 내세웠지만 실제 일본 내 미국차 판매 확대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이어지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해온 별도의 안전 기준 및 검사를 폐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일본이 마침내 자국 시장을 자동차를 포함한 무역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발표했다.

이 조치는 미국이 기존에 예고했던 25%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이뤄진 것으로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총 5500억 달러(약 748조 원) 규모의 투자를 미국에 약속한 바 있다.

◇ 美 “불공정한 규제 철폐”…日 “실효성은 글쎄”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일본이 미국산 차량에 대해 자국과 다른 안전기준을 적용해 사실상 수입을 가로막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일본은 1970년대 후반부터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규제와 인증 비용이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이라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임기부터 미국산 차량에 대한 일본의 기술검사와 기준 완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발표에도 실제로 일본 내 미국산 차량 판매 확대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다. 일본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1% 미만에 불과하며 미국 포드자동차는 2016년 수익성 문제를 이유로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다.

쓰요시 기무라 주오대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무역장벽이 문제였던 적은 없다”며 “일본 소비자들은 좁은 도로 환경에 맞는 작고 연비 좋은 차량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업체는 일본 시장 맞춤형 소형차 개발에 관심이 없거나 수익성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며 “기존 차량 라인업으로는 일본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정치적 상징성 위한 협상”…판매 증가 ‘의문’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정치적으로 중요한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런 울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환율 같은 더 중요한 사안을 다룰 수도 있었지만 특정 품목의 수출 확대는 정치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두는 분야는 곧 미국의 우선순위가 된다”고 말했다.

윌버 로스 전 상무부 장관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NYT에 “규제 변경이 일본 소비자들을 움직일 것 같지는 않지만 무역장벽 철폐는 원칙의 문제”라며 “우리를 시장에서 배제해온 주요 무역 파트너들을 상대로 이번에는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대통령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같은 방식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15%의 미국산 수입품 관세를 수용하는 대신, 미국차에 대한 자국 내 관세 면제와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미국차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 30년 전과 닮은 ‘자동차 외교’…결과는 불투명


이번 미국과 일본 간 자동차 관련 무역 논쟁은 1980~90년대 미국과 일본 간 무역 마찰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1995년에도 일본은 외국산 차량의 딜러 접근성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차 판매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상공회의소 일본지부 부회장을 지낸 글렌 후쿠시마는 NYT와 인터뷰에서 “주일 미국대사였던 월터 먼데일이 미국산 차를 타라고 권유했지만 도쿄 주택가의 좁은 도로 사정을 고려해 결국 다시 닛산 차량으로 돌아갔다”며 “그는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의 요구에 따라 무역 장벽이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자동차 시장 특성과 소비자 선호를 고려할 때 미국차 판매가 크게 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라고 NYT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