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이스라엘 시위와 다양성 정책을 문제 삼아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를 포함한 주요 공립대학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UCLA는 5억8400만달러(약 7883억원) 규모의 연방 연구기금이 동결된 상태이며 캘리포니아대학교(UC) 시스템 전체가 연방정부와의 협상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임스 밀리컨 UC 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지난 1일 취임한 이후 처음 내놓은 주요 결정이다.
UC)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운영하는 공립대학 시스템으로 현재 총 10개의 캠퍼스를 두고 있다. 1868년 개교한 UC버클리를 시작으로 UCLA, UC샌디에이고, UC데이비스, UC어바인, UC산타바버라, UC리버사이드, UC산타크루즈, UC머시드 등이 차례로 개교하며 현재의 체제를 갖췄다.
UC 시스템은 미국 공립대 가운데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과 교육 성과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UC버클리와 UCLA는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UCLA 연구비 중단에 교내 반발…“연방기금 없으면 연구 마비”
UCLA가 보유한 문제의 5억8400만달러는 국립보건원(NIH), 국립과학재단(NSF) 등으로부터 받은 연방 연구기금이다. UC 시스템 전체는 이 외에도 총 6700건의 연방 보조금 및 계약을 통해 38억5000만달러(약 5조1980억원)에 달하는 연구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UCLA의 시오반 브레이브룩 식물학과 부교수는 “우리 연구팀은 흙에서 새싹이 발아하는 과정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실용적 성과를 추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연구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실제 사회에 기여하는 과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NSF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연구를 일시 중단하고 실험실 인력 재배치를 단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훌리오 프렝크 UCLA 총장도 지난주 열린 전체 교직원 타운홀에서 “UCLA는 인터넷 개발과 장기 이식 기술 혁신, 지구 위협 물체 탐지 등 국가 안보와 인류 미래에 기여해 온 연구기관”이라며 “이 같은 연구는 연방 정부의 지원 아래 이뤄져 왔다”고 강조했다.
◇UC 다양성 정책·입시 관행도 조사…공립대 전반 압박
이번 조사는 시위 대응에만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는 지난 6월 UC가 다인종 교수진 채용을 독려하는 전략계획을 문제 삼아 인사 정책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UC버클리·UCLA·UC어바인의 입학전형 역시 인종을 고려했다는 의혹에 따라 별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소수자 우대정책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콜럼비아대에서 2억달러(약 2772억원), 브라운대에서 5000만달러(약 693억원)를 각각 회수하는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이들 대학은 입학 정책과 운영에 대한 연방 모니터링도 수용하기로 했다.
공립대학 가운데서는 버지니아대학교(UVA)와 조지메이슨대학교도 최근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돼, UVA의 제임스 E. 라이언 총장은 지난 6월 말 사임했다.
◇“이념 검열 아닌가”…교수진은 정면 반발
UCLA 정치학과 교수이자 교수노조 이사인 마이클 추에 교수는 “악의적인 협상 상대와 대화에 나서는 것은 그들의 요구를 정당화하는 행위일 뿐”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반발했다.
UC 소속 교수, 직원, 학생 1600여명도 공동 서한을 통해 “학교가 법정 투쟁에 나서야 하며, 기금 손실분은 기금이나 주정부 지원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UCLA는 최근 반팔레스타인 시위와 관련해 학생과 교수를 상대로 제기된 민사소송을 613만달러(약 849억원)에 합의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유대인 학생을 지원하는 단체에 지급될 예정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