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상장기업을 암호화폐 매입 전용 법인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업계 내부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아키텍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른바 ‘디지털 자산 재무 회사(DAT·Digital-Asset Treasury firms)’들은 2025년 들어서만 비트코인 매입을 위해 총 790억 달러(약 106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기업들이 비트코인 이외의 소형 알트코인으로까지 관심 영역을 확대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의 암호화폐 재무 전략 채택 증가 등으로 알트코인이 지난 4월 저점 이후 반등했지만, 가격이 급락할 경우 일부 기업이 보유 자산을 대거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밀리오피스인 멜스트롬(Maelstrom)을 이끄는 악샤트 바이댜는 “이번 암호화폐 강세장의 끝은 주요 DAT 기업의 붕괴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 개의 상장기업이 암호화폐 매입에 뛰어드는 과정에 직접 투자했고 “여전히 매주 5~10건의 투자 제안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키텍트 파트너스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DAT 기업들이 올해 들어 비트코인 이외의 알트코인 매입에도 약 250억 달러(약 33조 원)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들이 밝힌 주요 매입 대상 알트코인은 이더리움, 솔라나 및 톤(TON) 등으로 다양했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DAT 기업들이 보유 중인 암호화폐를 급하게 매각한 정황은 거의 없지만, 주요 DAT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점에 주목했다.
매체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20억 달러어치 넘게 보유한 일본의 호텔 운영사 메타플래닛 주가는 지난 6월 중순 고점 대비 약 50% 급락했다. 솔라나에 집중 투자하며 멜스트롬의 자금을 유치한 미국의 우펙시(Upexi)는 4월 말 이후 시가총액의 약 3분의 2가 증발했다.
그나마 비트코인은 알트코인과 비교해 가격 변동성이 낮고 유동성도 풍부한 만큼 시장 충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트코인 재무 전략으로 유명한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도 비트코인에 추가적인 안전판을 제공하는 요인이다. 스트래티지는 지난 5년간 비트코인을 단 한 개도 팔지 않은 채, 현재 약 700억 달러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급증한 DAT 설립 움직임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새로운 DAT 설립 열풍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면서 “후발 주자들은 시장에서 숨 쉴 공간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트코인은 변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큰 특성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제로 소형 암호화폐들을 추종하는 지수는 올해 들어 세 차례나 55% 이상 급등락을 반복했다. 지수는 지난달 22일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약 15% 하락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DAT로 전환하면서 시장이 과열되는 가운데 실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키텍트 파트너스가 다양한 토큰을 축적 중인 약 3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업들은 DAT 전환 발표 이후 중간값 기준으로 주가가 약 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발표 당일 급등한 것을 제외하면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11%로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파이(DeFi) 헤지펀드 운용사 Re7 캐피털의 예브게니 고크버그는 암호화폐를 보유한 상장회사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면서 “기초 자산에 대한 명확한 수익 창출 전략이 없는 이상, 기업가치가 순자산가치를 웃도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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