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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인텔, CEO '중국 연계' 의혹에 트럼프 '사임 압박'까지…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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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인텔, CEO '중국 연계' 의혹에 트럼프 '사임 압박'까지…내우외환

과거 中 반도체 2억 달러 이상 투자…前 직장선 불법 수출 벌금
CEO '결백' 항변에도 주가 하락…트럼프와 관계 부재가 '아킬레스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 탄 CEO는 최근 중국 연계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는 등 내우외환에 처해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 탄 CEO는 최근 중국 연계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는 등 내우외환에 처해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수억 달러 규모 중국 투자와 과거 일했던 기업의 불법 수출 문제를 거론하며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 이에 탄 CEO는 내부 메모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정면으로 맞섰고, 연방 보조금을 받는 인텔 수장의 자격 논란으로 미국 정계가 뜨겁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게시물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그는 탄 CEO를 겨냥해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상충된다(highlyCONFLICTED)"고 지적하며 "즉각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날 선 비판이 알려지자 이날 인텔 주가는 3% 떨어져 시장의 우려를 드러냈다.

◇ '2억 달러 투자·불법 수출'…꼬리 무는 의혹


대통령의 사임 요구는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당, 아칸소)이 탄 CEO의 과거 행적을 두고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한 것과 때를 같이해 파장을 키웠다. 코튼 의원 등은 탄 CEO가 과거 벤처캐피탈 '월든 인터내셔널'을 통해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최소 2억 달러(약 2783억 원) 이상을 중국의 첨단 제조·반도체 기업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가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연계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탄 CEO가 10년 넘게 CEO로 일했던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의 중국 자회사가 미국 수출통제법을 어기고 미국산 반도체 설계 기술을 중국군 관련 대학에 불법으로 판 혐의로 1억4000만 달러(약 1948억 원)가 넘는 벌금을 낸 사실도 문제로 떠올랐다. 코튼 의원은 서한에서 "인텔은 미국 납세자의 혈세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관련 안보 규정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밝히며 "탄 CEO의 연관 관계는 인텔이 이 의무를 이행할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 "결백하다" 정면 돌파…풀리지 않는 의문


논란이 커지자 탄 CEO는 곧바로 내부 임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린다. 저는 40년 넘게 이 업계에 몸담으며 전 세계에 걸쳐 관계를 맺어왔고, 언제나 최고의 법과 윤리 기준 안에서 일해왔다"고 강조했다. 인텔 역시 백악관과 힘을 합쳐 문제를 풀겠다고 밝혔고, 이사회 또한 CEO의 혁신 계획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로이터, BBC 같은 주요 외신은 탄 CEO가 여전히 여러 중국 기업 지분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기업들이 미국 재무부의 공식 제재 명단에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인텔이 탄 CEO의 정확한 투자와 지분 현황 자료를 내놓지 않아 의혹은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편 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정치 문제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분석가는 투자 메모에서 "탄 CEO가 실제로 이해관계가 상충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현재 백악관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할 때 그의 중국 연관성은 점점 더 나쁘게 비친다"고 분석했다. 라스곤 분석가는 "안타깝게도 다른 기술 기업 CEO들과 달리 립부 탄은 트럼프의 화를 풀 만한 개인 관계를 맺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탄 CEO의 개인적인 관계 부재를 핵심 문제로 짚었다. 인텔이 최근 일부 파운드리 사업을 접기로 한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