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제품에 39% 관세를 부과한 결정의 배경에는 단순한 무역 불균형을 넘어, 특정 산업 구조와 최근 글로벌 시장 흐름이 맞물린 복합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스위스가 미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무역적자 ‘주범’ 된 금 수출
스위스의 대미 무역흑자 확대는 금 수출이 결정적이었다.
◇ 의약품·정밀기계 산업 구조도 관세 표적
금 다음으로는 제약 산업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 대상이 됐다.
로슈와 노바티스 등 제약 대기업은 지난해 350억 달러(약 47조2400억 원) 규모의 의약품, 백신, 항암제를 미국에 수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가 의약품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가격 인하와 미국 내 생산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약 120억 달러(약 16조1700억 원) 규모의 정밀기계 수출도 포함된다. 자동차·항공기 부품 제조용 특수 절삭공구, 산업용 드릴 등이 주요 품목이며 업계는 이번 조치를 ‘악몽 시나리오’로 규정했다.
◇ ‘우호 관계’ 속 누적된 갈등
표면적으로 양국은 ‘특별한 관계’를 강조해왔지만 금융비밀법과 과거 UBS의 미국 세금회피 조사, 대러시아 제재 이행 속도 지연 문제 등 갈등 요소가 누적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올해 4월 미국이 31% 관세를 경고했을 때 스위스는 일부 양보안을 제시해 합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금 수출 급증이 상황을 뒤집었다.
◇ 스위스의 대응 카드
스위스 정부는 관세 완화를 위해 미국 내 수십억달러 규모 투자, LNG 수입 확대, 금 수출 축소 등을 협상 카드로 검토 중이다. 로슈와 노바티스는 각각 500억 달러(약 67조4200억 원), 23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연구개발·생산 투자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기 파르믈랭 스위스 경제부 장관은 “스위스가 특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협상 여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