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지난 70년간 신규 개장이 없었던 희토류 광산이 문을 열었다.
와이오밍주 셰리던 카운티 란체스터 인근의 ‘브룩마인(Brook Mine)’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각) 개장식을 열고 채굴 준비에 들어갔다.
이 광산은 철강산업용 석탄을 주로 공급해온 켄터키주 렉싱턴 소재 래마코 리소시즈가 운영한다.
◇ 정치권·정부·업계 한목소리로 “전략 자산”
고든 주지사는 “와이오밍은 미국 에너지 혁신의 최전선에 있다”며 “브룩마인은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핵심 광물 산업을 확장하는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바라소 상원의원은 “중국이 희토류 시장의 90%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 능력을 갖추는 계기”라고 말했다.
헤이겐망 하원의원은 “이 사업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고소득 일자리 창출, 공급망 강화, 국방력 향상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브룩마인 이사회에 합류한 맨친 전 상원의원은 “석탄 산업의 부흥과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위한 희토류 확보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룰 수 있는 길에 동참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석탄 위·아래에 묻힌 ‘전략 광물’
래마코는 지난 2011년 이 광산 부지를 200만 달러(약 27억7800만 원)에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석탄 생산 확대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2023년 5월 4500에이커 규모의 허가 부지에서 탐사 시추를 진행하던 중 석탄층 위·아래의 점토암과 셰일에서 희토류와 핵심 광물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는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 등 영구 자석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와 갈륨, 스칸듐, 저마늄 등 반도체·배터리·군수품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이 총 170만t가량 묻혀 있다. 이 가운데 희토류만 약 456t으로 미국 내 영구 자석 수요의 3~5%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 경제성·향후 계획
독립 경제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브룩마인은 연간 200만t의 석탄을 채굴하면서 약 1200t의 희토류 산화물을 정제할 수 있다. 이 경우 2028년까지 희토류·핵심 광물 부문에서 연간 1억3400만 달러(약 1조8600억 원)의 조정 EBITDA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초기 가공시설 건설에는 5억 달러(약 6조9450억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조정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에서 일회성 비용이나 비현금성 비용을 제외한 수익성을 뜻한다.
래마코는 우선 석탄 판매 수익으로 초기 자금을 확보한 뒤, 가공 플랜트를 건설해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에는 시제품 판매를 시작하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는 수년 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랜디 앳킨스 래마코 CEO는 “우리는 미국 대륙에서 유일하게 이런 희토류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이번 사업은 단순한 채굴을 넘어 국가 공급망 자립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브룩마인은 와이오밍 역사상 최초의 희토류 광산이자 미국 전역에서 50년 만에 새로 개장한 석탄 광산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미국 내 유일한 다른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과 함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 구조를 다변화하는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