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한 유럽 수출 항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로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위험이 여전함에도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다른 아시아·유럽 선박들과 달리 운항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12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해운 정보업체 로이즈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지난달 적어도 14척의 자동차 운반선이 중국 항구에서 출발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도 비슷한 규모의 운항이 이어졌다. 홍해 경유는 아프리카 남단을 도는 우회 항로보다 왕복 약 14~18일이 단축되기 때문에 차량 1대당 수백달러의 연료·인건비·선박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
로이즈리스트의 롭 윌밍턴 선임분석가는 “아프리카를 우회하면 선주의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오염 배출도 증가해 결국 신차 구매자 가격에 전가된다”고 밝혔다.
◇ 중국 선박만 홍해 운항…이란·후티와 관계 주목
홍해 경유 운항은 지난 2023년 11월 후티 반군이 예멘 인근에서 선박 피격과 납치를 시작한 이후 급감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운반선은 올해 들어 대형 신조선박 인도를 받으며 이 경로를 재개했다. 베이슨 노티컬의 대니얼 내시 분석이사는 “중국이 이란이나 후티 반군과 조율해 자국 선박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야디, 상하이자동차(SAIC) 등 중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양쯔강 인근 조선소에서 건조한 5000대 규모 초대형 자동차 운반선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아부다비-튀르키예 합작 선사 소유의 자동차 운반선 가운데 일부도 중국 항만에서 출발해 홍해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관세·보험 장벽에도 유럽 공략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연합(EU)의 반보조금 관세로 대당 수천달러의 부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 등은 소형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로 일부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홍해 항로는 여전히 보험·선사 승인 장벽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런던 상업보험사들는 홍해 운항 시 높은 보험료를 요구하고 있고, 유럽·아시아 선주들은 선박 용선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홍해 정세 완화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속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