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발효 하루 만에 2000달러 선 붕괴…수입 수요 급감 '직격탄'
해운업계, 미주 노선 축소…공급망 재편 본격화
해운업계, 미주 노선 축소…공급망 재편 본격화

11일(현지시각) 발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와 프레이토스(Freightos)에 따르면, 아시아발 미국 서해안행 컨테이너 현물 운임은 전날보다 207달러 하락한 FEU(40피트 컨테이너)당 1941달러(약 269만 5272원)로 집계됐다. 한때 7000달러(약 972만 200원) 선을 넘나들던 운임이 20개월여 만에 2000달러(약 277만 7200원) 선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 관세가 불러온 수요 절벽
이번 운임 급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효한 고강도 관세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된 지난 7월 9일부터 미국과 무역협정이 없는 국가의 수입품에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 시행되자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관세 부과 직전에는 수입업체들이 재고를 선점하려 운송 수요가 급증했지만, 관세가 현실화하자 비용 부담에 따른 수입 수요 위축으로 돌아섰다.
운임 하락은 공급망 전반의 연쇄 반응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화주들은 높은 관세를 피하려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물류 경로를 재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미국 간 물동량은 최고 6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나빠지자 해운 선사들은 아시아-미국 노선 운항 횟수를 15~30%가량 줄이고 빈 배를 거둬들이는 등 공급 조절에 착수했다.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Winds)는 이번 사태를 조명하며 미중 무역 갈등이 세계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경고했다. 일각에선 이번 운임 하락이 일시적인 충격을 넘어 장기적인 교역 위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높아진 관세 장벽이 양국 간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고, 해운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