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도 15% 받을 건가"…트럼프 수출허가 '유료화'에 시장 경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와 AMD에 중국 반도체 수출을 허가하는 대가로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놓도록 하는 처음 있는 거래를 맺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로 미국 정부는 해마다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젠슨과 직접 거래를 했다"며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수익의 20%를 요구했지만,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15%는 어떠냐'고 제안했고 마침내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지난 6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 같은 계약을 맺었다. 이틀 뒤인 8일부터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H20 칩과 AMD의 MI308 칩에 대한 중국 수출 허가를 내주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연말까지 중국에 150억 달러(약 20조7000억 원) 이상의 H20 칩을 팔고, AMD는 8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이상의 MI308 칩을 팔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계약으로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로부터 약 22억5000만 달러(약 3조1000억 원), AMD로부터 약 1억2000만 달러(약 1650억 원)를 받게 된다.
엔비디아는 앞서 4월 말로 끝나는 회계분기에 약 71억 달러(약 9조8000억 원)어치의 H20 칩을 팔았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가 수출을 막으면서 그 가운데 약 3분의 1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새로운 계약에 따라 회사는 모든 수익을 받았지만, 그 가운데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미국 정부에 빚을 지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인공지능 반도체인 엔비디아 H20의 중국 수출을 막았으나, 중국이 희토류 17종 가운데 7종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자 지난달 입장을 바꿨다. H20은 바이든 정부가 첨단 반도체 H100의 중국 수출을 막자 엔비디아가 성능을 낮춰 중국 시장 전용으로 만든 제품이다.


크리스토퍼 파딜라 전 미국 상무부 차관(현 브런즈윅그룹 수석고문)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수출 통제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지 정부 수입을 늘리려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 12일 보도했다.

파딜라 전 차관은 "냉전 이후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사용된 80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통제하는 품목을 수출하려고 정부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 사례는 없다"고 비난했다.

리자 토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관은 "중국은 미국 정부가 수출 허가를 돈벌이로 바꾸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음에는 록히드마틴이 중국에 F-35를 팔고 15% 수수료를 받는 일이 벌어질 것이냐"고 비난했다고 이비엔뉴스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토빈 전 담당관은 "이는 민감한 기술에 대한 국가 안보 제한이며, 이제 우리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이 수수료를 지불하고 제거할 수 있는 곳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은 "미국 전역의 많은 기업과 많은 산업의 경영진들이 이제 이런 종류의 접근 방식이 자신들에게 사용될 것인지 따져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미국 정부와 기업이 서로 어울리는 방식에서 진짜로 중대한 변화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GPU를 "다른 나라는 앞으로 5년간 가질 수 없는 첨단 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 전투기를 외국에 수출할 때 최대 성능의 20%를 제한하듯이 중국 수출용 블랙웰 GPU는 성능을 30~50% 제한한 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수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막는 미국 헌법과 부딪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헌법은 연방정부가 수출품에 세금이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막고 있다.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현재는 두 회사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기업으로 넓힐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동맹국들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이 미국 정부에도 이익이 되는 것이 당연하며, 중국이 미국 기술에 계속 의존하는 것이 미국 혁신가들이 앞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H20과 유사한 성능의 칩을 중국 화웨이가 보유하고 있어 H20은 실질적으로 구형 기술이라며 수출 허용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중국 관영 언론은 H20이 중국 기업에 보안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H20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접근 방식이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자유무역의 핵심 원칙을 해칠뿐더러 정부와 기업 간 전통적 관계의 균형을 깨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엔비디아는 "가속 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에서 높아 규정 범위에서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 세계 시장 참여를 위해 미국 정부가 정한 규칙을 따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AMD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