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삼성·SK하이닉스, 엔비디아 對中 HBM 공급 재개에 '청신호'…'15% 관세'가 변수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삼성·SK하이닉스, 엔비디아 對中 HBM 공급 재개에 '청신호'…'15% 관세'가 변수

미국, 저사양 AI칩 중국 수출 허용…韓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
매출 15% 납부 조건, HBM 공급 단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 우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칩 'H20'의 대중(對中) 수출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이 칩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수출 허가의 대가로 부과된 15%의 매출세가 수익성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13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스, 디지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2025년 8월 미국 행정부는 엔비디아와 AMD의 특정 AI 칩 중국 시장 재개방에 합의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출하량을 늘릴 기회를 잡았으나, 동시에 원가 부담이라는 과제도 안았다.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 수출 허가를 받는 대신, 현지에서 발생한 반도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비용 부담이 HBM 등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가격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HBM 수요 증가 속 복잡해진 손익계산


이번 조치에 따른 실익 계산은 복잡해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H20 칩에 들어가는 4세대 제품 'HBM3'의 핵심 공급사이며, SK하이닉스는 2025년 초부터 5세대 제품 'HBM3E'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의 HBM3E는 아직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기존 HBM3 공급은 시장에서 전략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와 텐센트 같은 중국 대형 IT기업의 H20 칩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2025년 한 해에만 두 회사의 HBM 판매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관건은 '수익성 방어'다. 15%의 매출세는 미국 칩 제조사의 이윤을 반드시 줄이며, 이 부담이 공급망을 따라 부품사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 전문가들은 HBM 판매량 증가가 단가 인하 영향을 얼마나 상쇄하는지에 따라 실제 이익 규모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한다.

◇ '점유율'이냐 '수익성'이냐…韓 기업 전략은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HBM3를 시세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급할 가능성과, SK하이닉스가 기술 우위를 점한 HBM3E(12층 적층 제품)의 값을 대폭 올릴 가능성을 함께 주시한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2025년 엔비디아의 대중국 H20 칩 출하량을 약 150만 개, 관련 매출을 약 230억 달러로 추산했다. HBM 값은 장기 계약으로 정해지는 만큼, 분석가들은 단기 가격 정책에 얽매이기보다 장기 거래를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중국 AI 반도체 수출 제한 완화 조치로 큰 기회를 맞았지만, 동시에 공급가 인하 압박이라는 과제도 함께 떠안았다. 앞으로 하반기 중국 IT업계의 AI 기반 시설 투자 확대, 그리고 차세대 HBM 제품의 인증과 공급이 실제 가격, 이윤, 시장 점유율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