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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최악의 경제지표 vs 최고의 주식 수익률...“시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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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최악의 경제지표 vs 최고의 주식 수익률...“시장의 역설"

7월 소매판매 3.7% 떨어졌는데 MSCI 차이나 지수는 27% 폭등
"나쁜 뉴스가 더 좋은 뉴스", 中 정부 추가 부양책 기대감 확산
중국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정부 부양책 기대감으로 주식은 크게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정부 부양책 기대감으로 주식은 크게 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경제가 7월 소매판매 3.7% 줄어들고 실업률이 5.2%까지 치솟는 등 전면 부진을 보였는데도 주식시장이 27% 뛰며 정부 개입 기대감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악화한 경제 지표가 오히려 베이징 당국의 추가 부양책을 끌어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봤다.

7월 경제지표 전면 부진, 실업률 두 달 연속 상승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4일 발표한 7월 경제지표는 전면 부진 모습을 보였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줄어 64.8% 증가에서 크게 둔화했고, 공장 생산 증가율도 5.7%66.6%에서 떨어져 지난해 가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실업률은 65.0%에서 75.2%로 올라 수백만 명의 신규 졸업생들이 침체한 노동시장에 뛰어들면서 고용 여건이 악화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이어져 주택 가격 하락과 건설 활동 위축이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

HSBC 경제 연구원들은 고객 보고서에서 "관세와 베이징 당국의 과열경쟁 억제 정책이 공장 활동에 더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가격 경쟁과 물가 하락 압력을 부추기는 극심한 경쟁을 억제하려는 베이징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 경제 연구원들은 "기업과 소비자 신뢰가 여전히 바닥난 상태"라며 "순 신규 대출 증가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팬테온 매크로 계산에 따르면 전체 고정자산투자는 5.3% 줄어 코로나19 터진 2020년 초 이후 가장 나쁜 수치를 나타냈다.

◇ 상반기 5.3% 성장했지만, 하반기 전망 어두워

중국 경제는 올해 1-65.3% 성장해 정부 목표치인 5%를 웃돌았지만, 하반기 전망은 어둡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미국 관세가 세계 무역을 파고들면서 이런 기세를 하반기까지 이어가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미중 양국이 이번 주 무역 휴전을 90일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 관세는 여전히 평균 43.5% 수준으로 높다. 스위스 기반 무역정책 추적기관인 글로벌 트레이드 얼러트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로 다른 품목별 세율과 일부 면제 항목을 고려한 실제 관세율이 이 수준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등 제3국을 거쳐 우회 수출되는 중국 제품에도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아직 불분명하다.

MSCI 차이나 지수 27% 올라, S&P 500 압도

경제지표 부진에도 중국 주식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MSCI 차이나 지수는 올해 들어 27% 올라 S&P 500 지수를 크게 앞질렀다.

TS 롬바드의 로리 그린 중국 연구 담당자는 고객 보고서에서 "시장이 경기 위축의 뚜렷한 신호를 외면하고 있다""정부의 정책 개입에 대한 믿음이 다시 커지고 있고, 투자자들은 나쁜 데이터가 더 많은 부양책을 뜻한다고 믿고 있으며, 미중 정치 위험이 줄고 있다"고 봤다.

◇ 수출 성장 한계로 내수 부양 필요성 커져

관세 마감일을 앞두고 미국 수입업체들이 대량 선구매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중국 수출 지원 효과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배런스는 "수출의 밝은 부분이 관세를 앞두고 외국 기업들이 미리 사들인 모든 것 때문에 감속을 볼 수 있다""이는 실제로 베이징이 부양 조치를 늘리도록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에 중국 주식에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지춘 황 중국 경제 전문가는 "수출 수요 약화와 지금까지 정부 대응이 부족한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나머지 기간 경제 회복을 기대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 정치국, 대담한 부양책 대신 기존 정책 강화

중국 공산당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정치국은 지난달 대담한 새 부양책을 내놓는 대신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소비재 교체 프로그램과 서비스업 금융 지원 등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나온 정책은 소비자 대출 지원과 예비 부모들에 대한 금융 지원 등 소규모에 그쳤다. 핀포인트 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경제학자는 "예상보다 나은 상반기 성장이 베이징에 하반기 완만한 둔화를 견딜 여유를 줬다"면서도 "3분기 부진한 데이터가 더 나오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정부 부양책 기대감이 시장 이끌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중국 시장이 되살아난 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주가 상승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과 금융당국은 5천억 위안(96조 원) 규모의 기관투자자 맞바꾸기 프로그램과 3천억 위안(58조 원) 규모의 재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시장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발표한 중국경제 내다보기 보고서는 "2025년 중국경제가 미중 무역갈등 심화, 세계 경기둔화 등 바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성장의 아래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4% 초중반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위기의식 부족이 베이징을 조금씩 늘리는 부양책 방식으로 유지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경제에 바닥을 만들어주지만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평가가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