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대 '시즈' 개발·동관공장 시험가동…美 반도체 봉쇄 정면돌파

◇ 저장대 'Xizhi' 장비, 8nm 회로 새기기 성공
저장대학교는 항저우에서 중국 최초의 전자빔 노광장비 'Xizhi(시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장비는 집중된 전자빔을 사용해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무늬를 새기는 방식으로, 8nm만큼 좁은 회로선을 새길 수 있으며 0.6nm의 위치 정확도를 구현해 국제 표준에 맞는다고 항저우데일리가 전했다.
항저우데일리는 "수출 통제 때문에 이런 장비는 오랫동안 중국 과학기술대학교와 저장연구소를 포함한 국내 주요 연구 기관이 쓸수 없었다"면서 "시즈”를 내놓으면서 이런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시즈”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기업 및 연구 기관과 논의가 시작됐으며, 국산 장비는 수입 장비보다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해졌다.
◇ 화웨이, 자체 극자외선 장비로 2026년 대량생산 목표
화웨이는 동관 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화웨이의 극자외선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사용하는 레이저 생성 플라스마(LPP) 방식과 달리 레이저 유도 방전 플라스마(LDP) 기술을 썼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말 시험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6년 대량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LDP 방식은 전극 사이의 주석을 기화시키고 고전압 방전을 통해 플라스마로 바꿔 13.5nm 극자외선을 만드는 기술로, ASML의 LPP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값이 싸다고 알려졌다.
화웨이가 극자외선 장비 개발에 성공할 경우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와 함께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칩 설계 기업들이 설계한 실리콘과 겨룰 수 있는 최첨단 칩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 제재 뚫으려는 기술 자립 속도 높여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과 네덜란드가 강화한 반도체 제재에 맞서기 위해서다. 네덜란드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7nm 미만 칩 제조에 꼭 필요한 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됐다.
극자외선과 심자외선의 차이는 파장에 있다. 심자외선은 193nm 파장을 쓰지만, 극자외선은 13.5nm로 14배 가까이 짧다. 이 짧은 파장 덕분에 극자외선은 오늘날 복잡한 칩 설계에 필요한 미세한 무늬를 새길 수 있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는 2nm 공정을 사용한 칩 대량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정 수치가 낮을수록 트랜지스터가 더 작아져 칩 안 작은 공간에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어 칩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 이를 트랜지스터 밀도라고 하며 보통 평방 밀리미터당 수백만 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나타낸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칩을 구하지 못하게 된 화웨이는 과거 TSMC의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객이었다. 제재 이전 TSMC가 화웨이 계열사인 하이실리콘을 위해 생산한 마지막 칩은 5nm 공정으로 만든 기린 900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2020년 화웨이 메이트 40 시리즈에 썼다.
제재 후 퀄컴이 미국 상무부에서 화웨이에 4G 스냅드래곤 칩을 공급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으나, 2023년 화웨이는 SMIC에서 생산한 7nm 공정 기반의 기린 9000S로 구동하는 메이트 60 시리즈를 내놓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에도 5G 지원 스마트폰을 다시 만들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