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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구글 AI 칩 부상에 1150억 달러 증발…생태계 재편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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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구글 AI 칩 부상에 1150억 달러 증발…생태계 재편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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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26일(이하 현지시각) 급락하며 시가총액 1150억 달러(약 169조2800억 원)가 증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장은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칩 TPU를 앞세워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T는 이를 “AI 칩 생태계의 변곡점”으로 평가했다.

◇ 관련 기업 동반 하락…AI 밸류체인 전체에 충격

FT에 따르면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7% 넘게 하락했고 종가 기준으로는 2.6% 하락 마감했다.

관련 기업들도 동반 급락했다.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인 서버 제조사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2.5%, AI 클라우드 기업 네비우스는 3.3% 하락했으며, 엔비디아가 6% 지분을 보유한 데이터센터 운영사 코어위브도 3.1% 떨어졌다. 고성능 AI 서버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오라클 역시 1.6% 하락했다.

◇ 구글 제미나이 3 공개, 시장 구도 뒤흔들어


직접적 원인은 구글이 최근 공개한 대형 언어모델 ‘제미나이 3’였다. 이 모델은 엔비디아 칩이 아닌 구글 TPU를 활용해 학습됐으며 GPT-4를 기반으로 한 오픈AI 제품들을 넘어서는 성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라증권의 찰리 맥엘리곳 애널리스트는 “AI 기술 생태계의 체스판이 완전히 재배치됐다”며 “이는 ‘딥시크 쇼크’에 버금가는 전환점”이라고 분석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3을 기반으로 메타 등 주요 고객사에 자사 TPU를 도입하도록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TPU는 구글 클라우드 기반 임대 서비스로만 제공됐지만,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직접 사용하는 방식으로 확대될 경우 엔비디아의 고객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엔비디아 “구글의 성공 기쁘게 생각”…시장 불안은 지속


엔비디아는 “구글의 AI 기술 발전을 기쁘게 생각하며 계속해서 협력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는 모든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며 AI 컴퓨팅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사상 최고치였던 5조 달러(약 7360조 원)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7000억 달러(약 1경307억 원) 이상이 증발했다.

◇ 구글 시총은 사상 최고치 경신…AI 주도권 바뀌나


반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이날 1.6%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시가총액은 4조 달러(약 5888조 원)에 근접했다. 일부 시장 분석가는 “구글이 AI 주도권에서 명확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AI 반도체 시장이 GPU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는 신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