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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AI 인프라 투자 폭증, 닷컴 버블과 닮은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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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AI 인프라 투자 폭증, 닷컴 버블과 닮은꼴인가?

AI 부문에 대규모 자본집중 속 실제 전력·허가·토지 확보가 성공 관건…한국도 7조 원대 투자 불구 전력난 등 제약
AI 인프라 투자 붐 속에서 기업들이 과장된 홍보가 아닌 실질적인 전력·토지·허가 등 제약 조건의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AI 인프라 투자 붐 속에서 기업들이 과장된 홍보가 아닌 실질적인 전력·토지·허가 등 제약 조건의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지=GPT4o
AI 인프라 투자 붐 속에서 기업들이 과장된 홍보가 아닌 실질적인 전력·토지·허가 등 제약 조건의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사적 사례를 통해 인프라 투자의 진정한 가치는 개별 투자자의 수익 보다 구축된 물리적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난 3(현지시각) FT가 보도했다.

천문학적 지출, 닷컴 버블의 재현인가


AI 인프라에 쏟아지는 투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구글은 2024AI 인프라에 2284억 달러(329조 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데이터센터에만 약 1180억 달러(170조 원)약 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메타도 최대 1028억 달러(148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1990년대 닷컴 버블 당시의 통신 기업들의 움직임과 유사하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 통신 회사들은 거의 2조 달러(2880조 원)의 자본과 6000억 달러(866조 원)의 부채를 조달해 8000만 마일 이상의 광섬유 케이블을 설치했다. 당시 이 투자는 과잉 설비를 낳았고, 광섬유 케이블의 85%2005년 말까지도 사용되지 않았다. 2000년 나스닥 지수가 피크에서 78% 폭락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파산했지만, 결과적으로 구축된 기반 시설은 현대 인터넷의 척추 역할을 했다.

AI 투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투자 과열에 따른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체 에이전트 AI(Agentic AI) 프로젝트의 40%가 취소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그 이유로 투자수익률(ROI) 저조와 실제 현장 활용도 부족을 지목했다. 영국 금융감독청(PRA)의 샘 우즈 부총재는 "금융권은 AI 버블 위험을 포함해 우려할 사안이 많다"며 경고했다.

인프라 가치는 거품 이후에 남는다


그러나 역사는 다른 교훈을 제시한다. 1880년대 영국의 철도 투자 붐에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지만, 구축된 철로는 국가 시장을 통합하는 기반이 됐다. 마찬가지로 1990년대 닷컴 버블에서는 월드컴, 엑소더스, 글로벌 크로싱 같은 기업들이 파산했지만, 이들이 투자한 500억 달러(72조 원) 이상의 광섬유 케이블은 현대 인터넷의 근간을 이루었다.

현재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도 같은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AI 관련 인프라 투자가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4150억 달러(21조 원)에서 2032년까지 936(135조 원)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든 투자가 같지 않다, 전력·허가·토지 확보가 승패 가른다


과거와의 중요한 차이는 AI 인프라의 성공 여부가 기술 수준만이 아니라 현실적 제약 조건을 극복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보도를 보면, 1센트의 전력비 차이가 연간 약 157억 달러(22조 원)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30년까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200기가와트(GW)AI 전력 용량 증설 시 전력 가격이 1센트 내려가면 연간 약 22조 원의 비용 절감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전력 공급 문제는 이미 실제 위협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미국 지역의 도매 전기 요금이 5년 새 최대 267% 급등했으며, 한국에서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와 고려대 AI 연구센터가 전력 부족으로 AI 서버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전력 수급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의 가장 큰 병목이다. 메타가 150M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전력 변동 문제로 고민했던 사례는 기술 수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다음 10년 인프라 승자들은 전력 조달 및 공급, 허가와 토지, 전력망 연계, 네트워크 인접성 등 상품화되지 않는 입력 요소들을 제어할 수 있는 기업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현실, 위기와 기회 모두


한국도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참여하고 있지만, 도전 과제가 적지 않다. AWS2031년까지 한국 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약 7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삼성SDS 컨소시엄이 전남 해남에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서울대 사례처럼 전력 추가 공급을 받는 데 최소 5년이 걸리는 현실은 한국의 제약을 반영한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연구 인프라 부족은 단순히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고했으며, KAIST 김진형 명예교수는 "생성형 AI는 일반 검색보다 최대 30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므로, 에너지 형편이 어려운 한국은 고효율·저전력 AI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핵심은 '실행력'


AI 인프라 투자의 참된 가치는 과장된 수치나 선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구축되고 운영되는 인프라에 있다. 역사가 보여주듯 투자 붐 시기에 많은 개별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겠지만, 남겨진 인프라 자산은 미래 세대의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FT는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들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데이터센터 규모의 선전이 아니라 전력 공급 능력, 규제 승인 과정, 부지확보 등 현실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기업의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AI 인프라 투자가 동일한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