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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수입으로 국가부채 상환 가능” vs 전문가들 “계산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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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수입으로 국가부채 상환 가능” vs 전문가들 “계산 안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37조 달러(약 5경1636조 원) 규모 국가부채를 상환하고 국민 배당금까지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관세 수입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 “관세로 부채 갚고 배당도 가능”…트럼프 주장, 재정 자료와 괴리


1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관세 수입이 부채를 상당히 많이 줄일 것”이라며 “남는 돈으로 미국 국민에게 배당금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발생한 이자 비용만 609억5000만 달러(약 84조9500억 원)에 달한 반면, 같은 달 관세 수입은 296억 달러(약 41조3000억 원)로 이자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조아우 고메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금융·경제학 교수는 “관세 수입으로 국가부채를 갚는다는 건 과장된 주장”이라며 “현실적으로는 관세가 정부 지출을 겨우 맞추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 정부는 매년 1조8000억 달러(약 2500조 원) 규모의 순차입이 필요한데 관세 수입만으로는 이 격차를 줄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재정악화 늦추는 데 의미…빚을 갚는 수준은 못돼”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스먼드 라크먼 선임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연간 3000억 달러(약 419조 원) 수준의 관세 수입은 정부의 전체 적자에 비해 ‘바다에 물 한 방울’ 수준”이라며 “국가재정이 매우 위험한 궤도를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크먼 연구원은 특히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가 일자리 창출이나 부채 상환 수단이라는 정치적 수사에 속지 않는다”며 “미국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여기지 않는 조짐이 금값 급등(지난 1년간 27%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 관세 외 ‘기이한 수입원’도 주목…“성장률 끌어올려 GDP 대비 부채비율 낮추려는 계산”


고메스 교수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기묘한 방식으로 수입원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를 들어 최근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에 대해 15% 수준의 세금을 납부하게 된 점이 하나의 새로운 수입원”이라며 “이런 방식이 부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세금 감면, 규제 완화, 정부 지출 효율화, 무역협정 체결을 통한 경제 성장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포춘에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향후 이 비율을 현재 121%에서 94%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고메스 교수는 “국채를 되사들여 부채 총량을 줄이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럴 만큼의 재원을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 “재정위기, 결국은 시간 문제…다만 시장은 아직 침착”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는 결국 ‘정치가 아닌 시장’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미국 국채의 약 26%는 외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만약 이들이 신뢰를 잃고 국채를 대거 처분하면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고메스 교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3%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등 아직 시장은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며 “진짜 위기는 중대한 외부 충격, 예를 들어 전쟁이나 대규모 분쟁 같은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위기를 지연시키고 있을 뿐, 해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