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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무역질서?…새로운 건 없다, 미국만 고립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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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무역질서?…새로운 건 없다, 미국만 고립 자초”

이누 마낙 미국외교협회(CFR) 통상정책 연구원 FT 기고
이누 마낙 미국 외교협회 통상정책 연구원. 사진=케이토연구소이미지 확대보기
이누 마낙 미국 외교협회 통상정책 연구원. 사진=케이토연구소

미국이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를 열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과장된 것일 뿐 아니라 실제로는 미국 스스로 자유무역 체제의 혜택을 포기하는 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누 마낙 미국 외교협회 통상정책 연구원은 19일(현지시각)자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트럼프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턴베리 체제’는 새로운 질서가 아니라 19세기식 보호무역으로의 회귀”라며 “미국은 기존 글로벌 무역체제를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 “90일간 90건 합의” 성과 부풀리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최근 “트럼프의 무역정책으로 새로운 글로벌 무역시스템이 구축됐다”고 선언하면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한국 등과의 합의를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마낙은 이를 “성과를 과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캐나다·멕시코·중국 등 미국의 3대 교역국과는 어떠한 합의도 체결하지 못했고 발표된 합의 역시 구체적 내용과 실질적 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 자유무역 체제가 가져온 이익


마낙은 전후 수십 년간의 자유무역 체제가 미국 경제에 막대한 혜택을 안겨왔다고 강조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분석에 따르면 무역 자유화가 없었다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조6000억 달러(약 3611조 원) 낮았을 것이며, 2022년 기준 가구당 평균 소득도 1만9500달러(약 2709만 원)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비난하는 바로 그 체제가 오늘의 번영을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 1930년대로 되돌아간 관세율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930년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는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교역 상대국의 위반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제재까지 가하겠다고 밝히며 “판사·배심원·집행자” 역할을 스스로 맡겠다고 선언했다. 마낙은 이를 “글로벌 신뢰를 저해하는 일방주의”라고 비판했다.

◇ 새로운 질서 아닌 19세기식 ‘아메리칸 시스템’


트럼프 정부는 이를 “새로운 무역질서”라고 포장하지만 마낙은 “실상은 1820년대 ‘아메리칸 시스템’식 보호무역의 부활”이라고 주장한다. 그때처럼 지금의 정책도 경제적 합리성보다 정치적 계산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교역 상대국들은 여전히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를 지키며 미국식 일방주의를 따르지 않고 있다.

FT에 따르면 그의 주장의 핵심은 트럼프식 무역정책이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기존 체제에서 스스로 고립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과 가계가 더 큰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