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200만 톤 e-폐기물, 22%만 재활용…ABB·몰그 로봇팩토리로 630억 달러 가치 회수

◆ 전자폐기물 폭증과 재활용의 한계
유엔 글로벌 전자폐기물 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6200만 톤으로 2010년 대비 82% 늘었다. 40톤 트럭 155만 대를 지구 적도에 주차할 수 있는 물량이다. 해마다 260만 톤씩 불어나 2030년에는 82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거·재활용 비율은 22.3%에 그쳐, 나머지는 매립·소각되며 630억 달러(약 88조 1100억 원)어치의 금속·플라스틱·회로기판이 사라진다. 이 가운데 금·은·구리 등 희소 금속 가치만 910억 달러(약 127조 2500억 원)로 산정된다.
특히 유엔 글로벌 전자폐기물 모니터는 “전자폐기물 발생 속도가 재활용 속도의 다섯 배”라고 경고했다. 매년 갈수록 늘어나는 폐기물은 도시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토양·수질 오염을 유발해 환경·인간 건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ABB와 미국 스타트업 몰그가 손잡고 데이터센터 서버 전용 ‘로봇 마이크로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ABB는 지난해 몰그에 초기 투자를 단행한 뒤 이달 초 본격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몰그는 미국 에너지부 지원을 받아 노트북 배터리 분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비용도 절반가량 낮추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팩토리에서는 서버·산업용 전자기기를 로봇이 자율 분해해 희토류 원소(REE)를 자동 회수한다. 이렇게 얻은 희토류는 새 전자제품 제조에 투입되므로, 원자재 조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세부 기술로는 AI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이 핵심이다. 울트랄리틱스의 YOLOv8 모델은 컨베이어벨트 위 전자폐기물을 실시간으로 식별해 금속·플라스틱·회로기판으로 구분한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X선 촬영으로 내부 구조를 분석한 뒤 고압 워터젯으로 부품을 분리하는 ‘iDEAR’ 로봇을 내놨다. 아일랜드 보테크닉의 ALR-4000 시스템은 KUKA 로봇을 활용해 기존 수작업 대비 처리량을 시간당 5대에서 60대로 1천200% 높였다.
◆ 시장 성장과 경제 효과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전자폐기물 분해 로봇 시장은 2024년 21억 달러(약 2조 9300억 원)에서 연평균 19.6% 성장해 2033년 166억 달러(약 23조 2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전자폐기물 관리 시장은 2024년 654억 달러(약 91조 4500억 원)에서 연평균 7.8% 성장해 2033년 1200억 달러(약 167조 8000억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로봇 자동 분해 기술은 도시 광산에서 숨은 자원을 회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재활용률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380억 달러(약 53조 1300억 원)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재활용 제도를 보강하고 기업이 기술 개발에 힘을 모을 때 전자폐기물은 진정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