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지표엔 '빨간불' 켜졌지만 S&P 500은 10%↑...엇갈린 신호에 투자자 혼란
"정책 악재는 시총 작은 업종에 집중...감세·규제완화 순풍은 대형주에 분산"
"정책 악재는 시총 작은 업종에 집중...감세·규제완화 순풍은 대형주에 분산"

이런 현상의 원인을 두고 월가의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국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그 배경을 깊이 분석한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끈다.
◇ 숫자로 보는 '엇갈린 신호'
실제로 S&P 500 지수는 2025년 들어 10% 가까이 올랐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각각 11%, 7% 넘게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의 아리아나 살바토레 수석 연구원이 이끄는 팀은 보고서에서 "거시경제지표는 점차 환경이 나빠짐을 가리키지만, S&P 500 지수는 지난 4월 저점 이후 주가가 회복돼 연초 대비 플러스(+) 성과를 기록하는 등 경제와 시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왔다"고 밝혔다.
◇ "정책 충격, 업종별 시가총액 비중이 갈랐다"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괴리 원인을 '정책 효과의 비대칭성'에서 찾았다.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이 업종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각 업종이 증시 전체(S&P 500 기준)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살바토레 연구원은 "예를 들어, 관세는 특정 산업의 수익성에 분명한 악재이지만, 이들 그룹의 전체 시가총액 비중은 제한적"이라며 "요컨대, 관세나 이민 정책 같은 부정적인 영향은 S&P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부문에 집중된 반면, 세금 감면이나 규제 완화 같은 순풍은 지수 전체의 성과를 이끄는 더 넓은 집단에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경제 전반을 우려하기보다 개별 기업과 업종에 미치는 영향을 더 세밀하게 평가해 투자한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근거로 경기소비재 업종은 정책 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순풍을 업은 산업재와 반도체 부문은 튼튼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메리카 웰스 매니지먼트의 에릭 틸 최고투자책임자 역시 "단속으로 이어지는 관세 정책이 겉보기에는 변동성이 커 보이지만, 경제는 확장 국면의 한가운데에 있고 기업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며 "다만 원가 압박과 규제 때문에 수익성에 큰 위협이 되는 헬스케어는 주목할 만한 예외"라고 설명했다.
◇ 단기 숨 고르기..."연말 상승세 위한 소화 과정"
물론 최근 증시는 숨 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월마트, 애플 등 주요 기술주가 함께 내리며 S&P 500 지수는 지난 목요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금요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해마다 열리는 경제 정책 토론회에서 이르면 다음 달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투자 심리는 다소 나아졌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제이 우즈 수석 국제 전략가는 "최근 움직임은 계절과 기술 흐름에 따라 전개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8월과 9월은 성과가 가장 나쁘고 변동성이 가장 큰 달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의 가격 움직임은 장기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소화 과정이며, 멋진 연말 랠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 시장 읽는 법...'숲'과 '나무' 함께 봐야
모건스탠리의 분석은 미국 거시지표가 점차 둔화할 것을 시사하지만, 주식 시장은 특정 대형 기술주와 성장 업종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투자자들은 경제 상황과 정책 변화를 전체적인 관점과 함께 업종과 기업마다 미치는 세부 영향까지 면밀히 분석하며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지표와 시장 신호가 엇갈리는 지금이야말로 투자 판단을 여러모로 검토하고, 앞으로 인플레이션, 금리, 정책 변화 흐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