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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봇, 인터넷 대화 절반 점령…검색·쇼핑·금융까지 사람 역할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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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봇, 인터넷 대화 절반 점령…검색·쇼핑·금융까지 사람 역할 대체

악시오스 “다음 세대 인터넷은 봇 vs 봇 경쟁”…가격 실시간 자동 변경·챗봇 최적화 확산
사이버 공간에서 웹이 처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던 시기(1990년대), 이후 앱과 알고리즘이 주도한 시기를 지나, 향후는 세 번째 단계인 ‘봇 중심 인터넷 시대’로 진입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사이버 공간에서 웹이 처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던 시기(1990년대), 이후 앱과 알고리즘이 주도한 시기를 지나, 향후는 세 번째 단계인 ‘봇 중심 인터넷 시대’로 진입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GPT4o
인터넷은 지난 30여 년 동안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 봇이 각종 온라인 활동을 주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보도에서 “다음번 큰 전환은 사람이 아니라 봇이 인터넷을 점령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서 ‘다음번 큰 전환’이란 웹이 처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던 시기(1990년대), 이후 앱과 알고리즘이 주도한 시기를 지나, 세 번째 단계인 ‘봇 중심 인터넷 시대’로 진입하는 것을 가리킨다.

◇ 쇼핑·거래·검색, 봇이 주도


1990년대 초 등장한 월드와이드웹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제는 개인과 기업의 AI 에이전트가 서로 교신하는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앞으로는 ‘내 봇이 당신 봇과 대화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변화는 전자상거래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스스로 상품을 비교하고 결정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AI가 즉석에서, 때로는 마이크로초 단위로 가격을 바꿔 제시할 수 있다. 델타항공은 이미 AI 항공권 가격 책정 도구를 시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의 인식 속도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의 가격 변동”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도 물건을 살 때 AI 구매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블룸버그의 금융 칼럼니스트 맷 레빈은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트레이딩 봇들이 최적의 전략을 찾다 보면 오히려 담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웹, ‘사람용’과 ‘봇용’으로 갈라져


AI 활동이 많아지면서 웹 운영자들은 기존 사이트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웹 제작 서비스 기업 웹플로우의 린다 통 최고경영자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동안 사람 사용자에 맞춘 경험을 설계해 왔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요구를 가진 비인간 사용자가 새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클라우드플레어는 최근 AI 검색엔진 ‘퍼플렉시티’가 자사 보안 장치를 뚫고 웹 자료를 긁어 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퍼플렉시티 측은 “이는 단순한 데이터 수집이 아니라 사용자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이었다”고 맞섰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충돌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대신해 생성형 AI에 맞춘 ‘생성 엔진 최적화(GEO)’ 전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검색창에 노출되기를 노리던 기존 방식과 달리 챗봇의 첫 번째 답변에 오르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웹사이트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봇을 위해 작성되는 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법적 책임·자원 낭비 논란


현재 웹 방문자의 절반은 이미 봇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챗GPT는 하루 수십억 명과 대화할 수 있으며, 언젠가 인류 전체가 말하는 것보다 많은 단어를 하루에 생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도 함께 나타난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가 쟁점이다. AI 개발사는 “사용자가 지시한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 쪽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스타트업 옵저브의 제러미 버튼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앞으로 수백, 수천 개의 AI 상담원이 서로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무엇을 했는지 따져 내는 일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봇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오히려 효율보다 낭비가 앞설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로 최적화를 겨루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아무 효과도 없는 연산과 거래가 늘어나 자원과 에너지만 소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상과학 작가 닐 스티븐슨은 한 강연에서 “AI를 다른 AI와 맞붙도록 훈련시켜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결국 봇 세상에서 견제를 맡는 것도 봇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AI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쇼핑·금융·검색 등 인터넷의 주요 영역이 이미 사람보다 봇의 활동에 크게 의존하는 단계에 왔다. 전문가들은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인터넷 질서의 구조 자체가 바뀌는 전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